90분간 SNL 휘젓고 다닌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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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코미디프로 진행 맡아 콩트 출연하고 춤추며 여유만만

미국 공화당 대선 선두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사진)는 7일 밤 미 NBC방송의 유명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인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진행자로 나서 1시간 반 동안 그야말로 TV를 휘젓고 다녔다. 트럼프는 NBC에서 2003년부터 12년 동안 ‘어프렌티스’라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하며 최고의 시청률을 올린 바 있어 방송에 익숙하다. 어프렌티스 진행을 그만둔 뒤 1년 만에 방송무대에 다시 선 트럼프는 마치 자신의 대선 홍보 프로그램인 양 자유자재로 소재를 넘나들며 객석의 폭소를 자아냈다.

등장하자마자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고 한 트럼프는 발언 도중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흉내 내던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로부터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야”라는 고함을 들었다.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로서는 다소 당황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개의치 않고 “당신 왜 그러냐”고 묻자 데이비드가 “녹화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하면 5000달러(약 570만 원)를 준다 해서 그랬다”고 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당신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받아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녹화장 밖에는 트럼프의 SNL 출연을 반대하는 히스패닉 등 시위대들이 ‘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된 것을 가상한 콩트에서 참모들이 “요즘 미국이 너무 잘 돌아가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하자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기는 미국(Winning America)’이 일상화돼 식상해질 거라고 그랬잖아”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자신의 장녀이자 대선 캠프에서 핵심적인 조언을 하고 있는 모델 겸 트럼프그룹 부회장 이방카 트럼프를 내무장관 역할로 등장시키기도 했다. 그는 이날 선글라스를 끼고 춤도 췄으며 초대 가수인 인기 여가수 ‘시아’를 직접 소개하며 감각이 젊다는 것을 과시했다.

지난달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 프로그램에 바텐더로 잠시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잡은 만큼 1시간 반 동안 프로그램을 휘어잡은 트럼프에게 이번 출연이 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다시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도널드 트럼프#snl#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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