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달리는 자동차 보면 운전자 인격이 보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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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명문이 있다. 여기서 ‘책’을 ‘자동차’로 바꿔보면 ‘사람은 자동차를 만들고, 자동차는 사람을 만든다’가 된다. 틀린 말이 아니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운전하느냐에 따라 자동차는 사람에게 젖소의 우유처럼 유용하기도 하고, 독사의 독처럼 치명적 흉물도 되기 때문이다.

암과 교통사고는 한국인의 주요 사망원인이다. 암은 유전인자, 생활습관, 환경 등 개인의 선·후천적 발병 요인이 있다. 반면에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원하지 않은 불의의 사고이거나 운전자의 과실, 미필적 고의가 부른 ‘인재’다. 더구나 상대 운전자의 과실로 일어난 교통사고 피해는 자신의 의도나 잘못이 전혀 없기에 더욱 억울하다. 얼마 전 신호를 위반하고 달리던 덤프트럭이 넘어지면서 좌회전을 하려고 대기 중이던 승용차를 덮쳐 안에 탔던 사람들이 아까운 생명을 잃은 사고가 딱 그렇다.

운전자라면 대부분 느끼겠지만 사실 교통사고는 전 좌석 안전띠 매기, 앞차와의 안전거리 유지, 규정 속도 준수, 무리한 추월이나 차로 변경하지 않기, 졸릴 때 즉시 쉬어가기, 스마트폰과 TV 끄기 등 기본적이고 당연한 수칙 몇 가지만 잘 지켜도 예방하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수칙들을 잘 지키려는 마음,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의의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배려의 마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인격이다. 달리는 자동차를 보면 운전하는 사람의 인격 수준이 금방 드러난다. 자동차가 사람의 인격을 만드는 것이다.

인도나 차도를 걷는 보행자들에게도 필요한 일이 있다. 운전자의 ‘방어운전’처럼 보행자에게도 ‘방어보행’이 중요하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횡단보도 신호가 녹색일 때도 자동차들이 모두 멈췄는지 확인하고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의 대각선으로 건너는 것이 방어보행의 기본이다.

자동차는 기계다. 기계는 자체 고장으로 언제든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자동차와 사람이 부딪치면 언제나 피해는 사람에게 온다. 오늘도 거리에는 사람과 자동차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사람이 우선이라는 진리이고, 자동차는 차로에서 신호를 준수하며 달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오영태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자동차#운전자#인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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