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Z’ 세대… 램프증후군… 있어빌리티… 힙스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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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丙申年전망 책들을 통해 본 우리사회의 트렌드

《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아직 50여 일 남았지만 서점가는 이미 ‘2016년’이다. 벌써부터 내년 트렌드나 사회 현상을 예측하는 ‘전망서’들이 속속 출간되고 있다. 미래 지형을 예측하는 도서만 30여 종에 이른다. 동아일보가 8일 교보문고, 예스24 등 대형서점에서 판매 순위가 높은 전망서 10권을 토대로 ‘2016년 키워드’를 뽑아봤다.》

○ 2016년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16년에는 ‘플랜 Z’ 세대가 대세가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트렌드 코리아 2016). 불경기 속에서 최선인 플랜 A, 차선인 플랜 B도 아닌, ‘플랜 Z’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뜻. 소비적으로 B급 제품을 사고 각종 카드, 앱을 활용해 포인트를 모아 물건을 사는 등 적게 쓰면서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램프 증후군’도 주요 사회 현상으로 예측됐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유행 탓에 요술램프에서 마법 거인을 불러오듯 별것 아닌 일에도 걱정을 하는 불안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취향을 감추면서도 자신을 과시하는 능력이 중요한 사회 분위기가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라이프트렌드 2016). 나만 아는 문화를 선호한다는 ‘힙스터(Hipster)’, 별것 아닌 것으로 무언가 ‘있어 보이게’ 만드는 ‘있어빌리티(있어+ability)’가 대표적 예. 사람들이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집밥, 집에서 하는 취미 등 집과 관련된 문화콘텐츠도 늘어난다. 이 키워드들 대부분에는 ‘경제 불황’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두 요소가 투영됐다.

○ 전망서의 전망, 트렌드서(書)의 트렌드는?

출판계에 따르면 전망서 시장은 2010년 이후 매년 10%가량 성장하고 있다. 2011년까지 삼성경제연구소가 낸 ‘SERI 전망’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다. 2012년 이후 이 시리즈가 나오지 않은 뒤부터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주도하는 ‘트렌드코리아’ 시리즈가 연말마다 10만 부 내외의 판매고를 올렸다.

‘트렌드서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예측을 어떻게 했는지를 소상히 밝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트렌드 코리아 2016’을 낸 ‘미래의 창’ 출판사는 책 제작 과정을 담은 신문 형태의 부록을 배포했다. ‘미래의 창’ 정혜재 편집장은 “전망서는 점쟁이가 아니라 현재를 관찰해 향후 심화될 현상을 보여주는 정도인데, 독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바란다. 내용과 현상이 조금만 달라도 ‘책이 틀렸다’고 지적한다”며 “이에 전망서의 이해를 높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 씨도 “오히려 너무 신기하고 특이한 것이 많은 전망서는 부정확하다”고 말했다.

신조어보다는 맥락으로 설명하는 책도 많아지는 추세다. ‘부키’ 김남희 편집자는 “무슨무슨 족(族) 등의 용어들을 남발하면 독자 피로도가 커진다”고 밝혔다. 또 전망하는 분야와 시간대도 확대되고 있다. 최근 나온 ‘빅 픽처 2016’의 경우 내년에 발생할 사회 쟁점을 담았다. 이 책을 낸 ‘생각정원’ 박재호 대표는 “소비 트렌드를 넘어 정치,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경향성을 보려는 전망서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후 한국과 세계 등 장기 전망을 다룬 책도 호응을 얻고 있다. 예스24의 2010∼2015년 전망서 누적 판매량을 보면 ‘10년 후 미래’, ‘마켓 3.0’,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유엔미래보고서2040’ 순으로 장기 전망서의 판매도 많았다. 전문가들은 전망서 시장이 커지는 이유를 △한국 특유의 토정비결 문화 △불황으로 인한 불안이 겹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변할지 들여다보며 위안을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플랜z#힙스터#트렌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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