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97% 찬성한 ‘폴리스캠’… 1주일간 영상등록 2건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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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 들여 100대 시범운영 확인해보니

일선 지구대 경찰관이 앞가슴에 착용한 웨어러블 폴리스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일선 지구대 경찰관이 앞가슴에 착용한 웨어러블 폴리스캠.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경찰청이 1일부터 웨어러블 폴리스캠 100대를 일선 현장에 보급하고 시범 운영에 들어갔지만, 일주일 동안 단 2건의 영상만 시스템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경찰 제복에 착용하는 폴리스캠은 현장 영상과 음성이 고스란히 기록되는 일종의 블랙박스로 공무집행방해 행위는 물론이고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경찰 관계자는 “매 맞는 경찰이 연간 1만 명, 하루 평균 30명 발생하는 상황이라 공무집행방해 등 공권력 침해 행위에 엄정 대처하기 위해 도입한 측면이 더 크다”고 밝혔다.

○ 일선에선 폴리스캠 사용 기피

경찰은 웨어러블 폴리스캠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8억 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6, 7일 폴리스캠이 보급된 지구대와 파출소 등 4곳을 확인해 보니 일선 경찰관들은 이를 사용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간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긴 하지만, 활용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올해 6월 도입을 앞두고 경찰관 8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7%가 ‘폴리스캠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상반된 풍경이다.

서울 시내 A지구대는 폴리스캠이 담긴 상자의 포장도 뜯지 않은 채 서랍 안에 보관하고 있었다. 폴리스캠을 사용하려면 사용법, 사용지침, 개인정보보호 등에 대해 4시간 이상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사용 전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A지구대 관계자는 “아직 교육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이 지역은 조용해서 그렇게 쓸 일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B지구대는 교육을 이수하고 폴리스캠을 착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사용한 적은 없다. 한 지구대 직원은 “폴리스캠에는 경찰관의 행동도 다 녹음되니까 오히려 ‘경찰관 죽이기 아니냐’며 반발하는 직원도 있다. 사용을 강제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쓸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대다수 경찰은 폴리스캠보다는 스마트폰 활용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경찰관을 위협하는 피의자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대 녹화 중이라고 엄포를 놓으면 억제 효과를 보는 데다, 상시 휴대하고 있어서 증거 수집을 할 때도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C 경위는 “술 먹고 경찰에게 함부로 하는 피의자에게 스마트폰만 들이대도 효과가 있다”고 했다. D 경사는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직접 화면을 보고 촬영할 수 있고 필요 없으면 자유롭게 편집·삭제도 했다. 폴리스캠은 화면에 어떤 모습이 담길지 모르니 작동시킬 때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폴리스캠은 경찰관이 녹화와 정지 기능만 선택할 수 있고 영상을 편집·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인권 침해를 방지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일선에서는 역효과가 나고 있는 셈이다.

○ 공권력 침해 행위엔 억제효과 ‘만점’

현장에서 폴리스캠의 위력은 과연 어떨까. 7일 오전 1시 반경 서울 영등포경찰서 중앙지구대 안은 무전취식으로 붙잡혀 온 중년 남성이 내뱉는 욕설로 쩌렁쩌렁 울렸다. 수갑이 채워진 그는 경찰관을 향해 삿대질하며 당장 풀라고 소리를 질렀다. 경찰관이 수차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욕설이 10분 이상 이어지자 지구대 직원은 “지금부터 녹화를 시작하겠다”고 알리고 폴리스캠 작동 버튼을 눌렀다. 폴리스캠이 “전원이 켜졌습니다”란 알림과 함께 빨간 불빛을 내며 작동하자 욕설이 수그러들었다. 몇 분간 침묵을 지키던 남성은 “녹화 영상을 나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며 폴리스캠을 경계했다.

시범 운영에 들어간 이후 촬영된 2건의 영상은 모두 이 지구대에서 촬영됐다. 중앙지구대 직원들은 폴리스캠으로 찍은 영상을 컴퓨터로 옮겨 시스템에 업로드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의 문제가 시스템에서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재현 중앙지구대장은 “공무집행방해, 모욕죄 등 경찰관을 향한 불법행위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공권력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폴리스캠을 잘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폴리스캠에 경찰관에 유리한 영상뿐 아니라 불리한 영상도 담겨야 국민도 폴리스캠에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재희 기자
#폴리스캠#제복 영상기록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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