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낭비라니요?… 강남 하면 떠오르는 ‘강남스타일’이 관광자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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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앞에 ‘말춤’ 조형물 재능기부하는 황만석 작가

6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톰포토스튜디오에서 만난 황만석 작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6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아톰포토스튜디오에서 만난 황만석 작가.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강남구는 ‘강남스타일’의 말춤 손목 동작을 형상화한 높이 5m, 폭 8m의 조형물을 코엑스 앞에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쓸데없는 데 세금 4억 원을 쓴다” “철 지난 싸이 마케팅을 왜 하는 거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논란의 조형물을 만들기로 한 황만석 한국시각정보디자인협회 작가(49)는 8일 “청동으로 만들기 때문에 재료비를 아무리 적게 잡아도 4억 원이 든다. 건물 앞에 세워지는 청동 조형물은 30억 원이 넘기도 한다”며 비난이 확산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재료비를 제외한 인건비는 모두 그의 재능기부로 해결한다. 삼성 갤럭시 시리즈의 비주얼 디렉터인 황 작가는 올해 홍콩영화제 ‘금상장’의 시각화 작업도 맡았다.

2012년 7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이후 유튜브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현재까지 24억4330만 뷰를 넘기며 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지금도 매일 100만 뷰씩 올라가고 있다. 황 작가는 “가수 한 명의 히트곡이 아니라 영원한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일종의 사건인 셈”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의 비난에 대해서도 “문화콘텐츠의 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아니냐”며 “4억 원을 들여 100억 원, 1000억 원씩 버는 관광자원이 된다면 정말 훌륭한 투자 아니냐”고 반문했다. 말춤의 손동작을 떠올린 것은 그 ‘손목’에 세계인과 한국인이 공유하는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형물은 아래 작은 지구를 감싸는 형상을 하고 있다.

12월 21일경 완성되는 ‘강남스타일’. 서울 코엑스 앞에 설치되는 이 조형물은 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비춰진다. 강남구 제공
12월 21일경 완성되는 ‘강남스타일’. 서울 코엑스 앞에 설치되는 이 조형물은 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비춰진다. 강남구 제공
당초 강남구는 강남역에 설치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최종 낙착된 곳은 코엑스 앞이었다. 이 자리에 서면 뮤직비디오 초반에 나오는 무역센터가 보인다. 사람이 조형물 아래에 서면, ‘강남스타일’ 노래가 나온다. 밤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쏠 예정이다. 사진이 잘 나오도록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국인들에게 화제가 되는 게 목표다. 황 작가는 “한전 부지에 현대자동차 사옥이 들어서고, 한국 자동차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까지 있다면 연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 작가는 또 “물려받은 유산이 많지 않다면 우리는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강남 하면 생각나는 게 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강남역에 가서 병원과 카페를 배경으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른 나라 번화가와 다를 바 없는 길거리에 불과했다. 그때 황 작가 머리에 떠오른 것이 ‘강남스타일’이었다.

정부는 2016∼2018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텅 빈 궁궐 둘러보고, 불고기나 삼계탕을 먹은 뒤 면세점 관광을 하는 지금의 방식은 곧 한계에 부닥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황 작가는 “비어 있는 궁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홀로그램으로 한글을 창제하는 유학자들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연출하는 식의 ‘이야기(스토리텔링)’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강남#강남스타일#말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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