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초간 긴 악수… 시진핑 “대만독립 주장은 재앙” 野 견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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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만 66년만에 정상회담]

7일 오후 2시 55분(현지 시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 아일랜드볼룸. 예정된 회담 시간보다 5분가량 일찍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나란히 입장하자 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중국 대만 홍콩 등 중화권 언론과 외신 기자 600여 명이 일제히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렸다.

시 주석은 5, 6일 베트남 국빈방문을 마치고 하루 전날 싱가포르에 왔고 마 총통은 이날 오전 6시 타이베이 쑹산공항을 출발해 10시 반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도착했다. 다소 긴장한 듯 보이던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손을 꽉 잡아 악수하고 손을 흔들었다. 1분 20초가량 악수한 손을 놓지 않았으며 손을 흔든 시간도 25초나 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악수한 시간이 긴 만큼 마음도 가까워졌다”고 했다.

두 정상은 한쪽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옮겼다. 10여 분간의 공개 회담을 마친 후 곧 양측에서 7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회담을 가졌다. 배석자들도 모두 서로를 ‘선생’이라고 불렀다. 회담을 마친 뒤 중국 측에서는 4시 15분경 장즈쥔(張志軍)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이 회담을 설명했고 대만 측은 30여 분 뒤 마 총통이 직접 기자회견을 하면서 질문까지 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양안은 ‘92공식(九二共識)’의 정치적 기초를 공고히 하면서 평화 발전의 길을 굳게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마 총통도 “백성을 위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만세(후대)를 위해 태평 세대를 열어야 한다(爲生民立命 爲萬歲開太平)”는 북송 시대 유학자 장횡거(張橫渠)의 말을 빌려 양안 관계 발전을 강조했다. 마 총통 역시 회담에서 ‘92공식’이라는 말을 12차례나 사용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양안의 사학계가 손을 잡고 사료를 공유하고 역사서를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고 중국의 대만사무판공실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공동 역사서 발행은 일본의 우경화 행보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날 회담은 최대한 속내와 칼날은 숨기고 공통점과 장점을 치켜세우는 분위기가 주류였으나 비공개 회담에서는 다소 민감한 주제들도 거침없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임은 “시 주석은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내 독립 세력은 양안 평화의 최대 위협 세력’이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누가 들어도 현재 대만 내에서 중국과의 거리 두기를 주장하며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재집권을 꿈꾸고 있는 대만 야당 민진당을 견제하는 발언이었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 문제도 안건으로 올랐다. 마 총통은 “양측은 서로의 가치와 삶의 방식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대만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양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국제 문제에 관한 대만 동포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대만 동포가 ‘일대일로(一帶一路)’ 건설에 참여하고 적당한 방식으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는 것도 환영한다”는 말로 답했다.

양안 정상회담의 정례화에 대해서도 큰 틀에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마 총통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회동이 양안 지도자 회담의 상시화(정례화)의 첫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해 정권 교체가 돼도 회담이 지속되기를 기대했다.

다만 내년 5월 자신의 퇴임 전 시 주석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시대에 맞춰 진행해 나가야 한다. 물이 모이면 도랑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나아가 자신이 시 주석의 대만 방문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마 총통은 회견을 마치며 “회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시 선생은 매우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된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협정에 서명하거나 공동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양측은 회담을 마치고 호텔 내의 ‘스테이트 룸’에서 95분가량 양측 7명씩이 원형 테이블에 한 명씩 교대로 앉아 만찬을 하며 대화를 이어 갔다. 마 총통은 만찬 후 오후 8시경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싱가포르 창이공항으로 이동했다.

한편 7일 대만에서는 정상회담 반대 시위를 벌이던 시위대 27명이 경찰에 체포됐으며 마 총통이 돌아오는 시간 공항에서는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서로 시위를 벌이기도 있다.

이날 회담에 대해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역사적인 관계 개선”이라고 평가하고 “존엄성과 존중을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안정을 촉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92공식(九二共識) ::

1992년 11월 형식상 민간기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홍콩에서 회담을 갖고 서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중화인민공화국(중국)과 중화민국(대만)이라는 서로 다른 국호를 사용하도록 양해한 것.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대만#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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