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국내 팬들 ‘X파일’ 재방송 요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9일 07시 05분


■ 1996년 11월 9일

영화 ‘검은 사제들’의 초반 흥행세가 범상치 않다. 한국 장편영화로는 처음으로 ‘엑소시즘’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과학과 이성의 영역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적 영역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악령을 쫓는 극중 ‘구마’ 신부(김윤석)와 그를 돕는 부제(강동원)가 안겨주는 긴장감이 상당한데, 이는 탄탄한 이야기의 구조에 힘입은 바 크다.

1996년 오늘, 서울 여의도 KBS영상사업단 회의실에 6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KBS 2TV 외화 시리즈 ‘X파일’(사진)의 팬들이었다. PC통신 ‘X파일 동호회’ 회원들인 이들은 ‘X파일’의 3차 시리즈(시즌3)의 종영에 앞서 ‘한국 X파일 컨벤션’을 발족했다. 또 4차 시리즈 조기 방영 및 지난 시리즈 재방송을 KBS 측에 요청했다.

미국 20세기폭스사가 제작해 1994년 10월31일부터 2002년10월26일까지 KBS가 방송한 ‘X파일’은 과학적인 설명을 뛰어넘는 초현실적인 현상과 미스터리한 사건에 관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극비 문서를 소재로 삼은 드라마. FBI 특별수사팀 폭스 멀더와 다나 스컬 리가 사건을 해결해가는, 하지만 끝내 해결되지 못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멀더는 여동생이 외계인에게 납치됐다고 믿는 요원, 반면에 법의학박사인 스컬리는 철저한 과학적 논리로 무장했다. 이 같은 대립은 ‘현실감’을 시청자에게 주었다. 이른바 ‘음모론’을 다뤄 끝내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의 흐름은 ‘보이지 않는 음모에 따른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컸다.

시리즈물의 인기는 상당했다. 당시 다양한 사회적 담론과 논쟁이 오가던 PC통신에 생겨난 국내 첫 TV프로그램 동호회도 ‘X파일’ 관련 모임이었다. 천리안 등 4개 PC통신에서 활동하는 회원수만 2500여명에 달했다. 멀더와 스컬리 역의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에게도 관심이 쏟아졌다. 덩달아 두 캐릭터를 목소리 연기한 성우 이규화와 서혜정도 시선을 모았다.

이 같은 인기는 당시 세기말 상황에서 빚어지는 다양한 문화현상과 한 묶음으로 여겨졌다. ‘21세기’라는 미지의 연대로 치달아가는 세기말의 분위기 속 불안감과 실체를 알 수 없는 기대감이 초현실적인 영역에 대한 시선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검은 사제들’에 대한 관객의 지지는 무엇 때문일까. 선과 악을 온전히 구분하지 못하게 하는 세상에 악을 좇는 선한 존재들을 향한 기다림의 시선은 아닐까.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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