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빅딜도 이들처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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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나·산업부
최예나·산업부
“롯데케미칼은 롯데 가족으로 새롭게 편입되는 회사의 노사와 협력해 성공적으로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고, 하나 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롯데케미칼이 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말 삼성과의 ‘빅딜’로 새 가족이 된 삼성SDI 케미칼 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임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가 3일 성명을 통해 “글로벌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롯데케미칼의 우리 회사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밝힌 데 대한 ‘화답’이다.

롯데케미칼은 “인수 과정에서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거나 종업원들에게 불리한 처우를 강요하지 않으며 직원들의 고용을 합리적으로 보장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성명을 통해 ‘고용과 처우에 대한 명확한 보장’을 요구한 삼성정밀화학 측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 것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인수를 지지해준 삼성정밀화학 측에 우리도 화답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그분들을 다독이고 혹시 모를 불안감을 해소해 주기 위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정밀화학 비대위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방문을 요청한 데 대해서는 “인수 작업이 시작되면 반드시 가실 것”이라고 했다.

이번 롯데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의 대응을 두고 재계에서는 “인수합병(M&A)의 성숙한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M&A 과정에서는 구조조정이나 인력 감축 등으로 극심한 노사 갈등이 반복돼 왔다. 지난해 11월 한화가 삼성의 석유화학·방위산업 부문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피인수 기업의 반발이 거셌다.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이 파업에 들어갔고 위로금 액수를 둘러싸고도 갈등이 컸다. 삼성에서 분리된 한화종합화학 노조는 최근 임금 및 단체협약안을 두고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한화종합화학의 노사 갈등이 직장폐쇄로까지 번지는 것을 보며 삼성정밀화학 내부에서는 “회사를 살리는 게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과제는 많다. 다른 화학업계의 한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위로금 규모나 대우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다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희망이 보인다. 두 기업의 아름다운 출발을 응원하며 앞으로 있을 기업 간 빅딜에 화합의 선례가 되길 바란다.

최예나·산업부 yena@donga.com
#롯데케미칼#롯데#삼성#빅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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