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진핑의 노골적 대만선거 개입, 동북아 변화 부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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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 대만 총통이 그제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안(兩岸) 관계를 논의했다.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이뤄진 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상징성이 크다. 시 주석은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이자 피로 이어진 가족”이라며 ‘하나의 중국’을 강조했다. 마 총통은 “양안 인민은 중화민족”이라고 화답했다.

양측은 형식적으로 대등한 관계임을 보여주기 위해 ‘국가주석’과 ‘총통’이라는 호칭 대신 ‘선생’이라는 중립적 용어를 선택했다. 협정이나 합의문은 발표하지 않기로 사전에 합의했다. 서구 언론이 ‘위험한 정치적 도발’이라고 표현할 만큼 민감한 첫 정상회담의 순조로운 진행을 위한 조율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대만 독립 세력은 양안의 평화 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며 내년 1월 총통선거에서 승리가 예상되는 차이잉원 민진당 후보의 대만 독립 노선에 경고를 보냈다. 집권 국민당에 대한 노골적인 선거 지원이었다. 회담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국력 및 지도자의 위상 차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마 총통은 회담 뒤 기자회견을 직접 했지만 중국은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을 내세워 격을 낮췄다. 1992년 양측이 합의한 ‘92공식(九二共識·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다른 국가 명칭을 사용한다)’ 정신에 따라 회담이 성사됐지만 결과는 “대만 독립을 인정할 수 없다”는 중국의 방침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마 총통은 임기 6개월을 남기고 불리한 총통 선거 기류를 바꾸기 위해 정상회담에 응했다. 친미 성향의 야당에 맞선 ‘신(新) 국공합작’인 셈이다. 2008년 마 총통 집권 이후 중국과 대만의 인적 교류는 한 해 800만 명을 넘어섰다. 교역액도 1700억 달러로 급증했지만 독립에 찬성하는 대만 여론은 과거 60%에서 80% 수준으로 오히려 높아졌다. 대만이 사회주의 정치체제인 중국에 편입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차이 민진당 후보는 “마 총통이 밀실거래의 의혹을 안고 갔다가 더 큰 말썽거리를 안고 왔다”고 비난했다. 대만 여론도 정파에 따라 찬반으로 엇갈려 정상회담은 총통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과 일본은 대만 선거에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관심은 뜨겁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시 주석을 ‘복잡한 신호(mixed signals)의 대가’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재균형 정책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양안 회담을 수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세적 외교가 양안을 넘어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지 세심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시진핑#대만#동북아#마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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