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中企 구조조정은 회생 중심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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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최근 기업 구조조정이 경제개혁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대규모 부실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 1분기(1∼3월) 비금융 상장기업 중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 못한 기업은 34.9%나 된다. 2010년 24.7%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대기업 계열사 1050개 가운데 22.5%가 이런 한계기업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은 성장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외형만 확대했지 내실을 다지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 조선, 건설산업에서 국제 경쟁력과 생산성이 낮아진 것도 원인이다.

각계각층에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보증과 대출에 연명하는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이 국가 경제의 건강성을 훼손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기업 구조조정은 금융권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주력사업의 퇴출, 불용자산의 매각, 인원 감축, 경쟁기업 간 인수합병을 통한 통폐합 등의 방안이 나오고 있다.

통상 구조조정은 사업축소(downsizing)와 조직개편(restructuring)을 의미한다. 부실과 비효율을 없애고 강하고 효율적인 체질로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군살을 빼고 날렵하고 튼튼한 몸으로 만드는 것이다. 기업은 확장과 내실을 반복하면서 자율적으로 주기적인 구조조정을 이행한다. 그러나 최근 정책금융기관이 관리하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부진하자 타율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기업은 사업구조가 다양하고 조직규모가 크기 때문에 감축형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사업구조가 단순하고 조직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런 구조조정은 한계가 있다. 금융권에 의한 구조조정은 재무구조 개선에 초점을 두기에 허약한 중소기업에 외과수술적 조치를 하는 것과 같아 자칫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재무상태는 약간 취약하지만 기술력이 높아 성장가능성이 큰 중소기업도 한계기업으로 여겨져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 군살 제거 식의 구조조정은 맞지 않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축소보다 자구 의지가 있는 기업의 자생력을 강화시키는 회생(turnaround) 중심이 적합하다. 사양 업종의 기업에는 사업 전환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성장 업종에서 수익 창출력이 미흡한 기업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경영혁신, 기술컨설팅, 직원교육, 마케팅 활성화와 같은 종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물론 자생력을 갖추려는 의지 없이 단지 정부 지원에 안주해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도태돼야 한다. 그러나 의지와 노력은 있지만 스스로 체질 강화가 힘든 중소기업에는 회생을 위한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자생력 강화를 위한 자구노력에 초점을 둬야 하며, 이를 기준으로 회생 지원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중소기업에는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좀비기업이 죽지 못하는 이유는 제값을 받으며 퇴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멀쩡한 설비도 경매 처분되면 고철값만 받는다. 한계기업의 자산매각이나 중소기업 간 인수합병을 위한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 후유증이 클 것이다. 이렇듯 중소기업 구조조정은 대기업과 다르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소기업#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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