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日 서점의 성공비결 “직원을 자유롭게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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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자본론/마스다 무네아키 지음/이정환 옮김/216쪽·1만3800원·민음사

‘자유로워져라. 그러면 고객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쯤 되지 않을까. 비즈니스 철학을 담은 책에서 거창하게 자유를 논하다니. 나치가 강제수용소 정문에 내건 ‘노동이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Arbeit Macht Frei)’ 표어를 연상하는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저자에게 자유는 직원들의 노동력을 극대화하려는 값싼 수단이 아니다. 오히려 그에게 자유는 성장일로의 회사를 분사(分社)할 정도로 매우 실질적이고 다급한 목표다. 저자는 “직원들이 관리를 받는 편안함에 젖지 않고 적극적으로 기획을 할 수 있는 자유가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저자가 1983년 설립한 쓰타야 서점은 일본 출판계에서는 전설로 통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최근 10년간 1만여 개의 서점이 폐업할 정도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출판계에서 쓰타야 서점은 유일하게 1400개의 매장을 거느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장 안에 있을 때에는 카페에서 풍기는 커피의 향취를 즐길 수 있고, 문을 나서면 나무숲의 향긋한 내음을 맡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부터 단순한 돈벌이 차원을 뛰어넘어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겠다는 저자의 독특한 경영철학이 낳은 결과다.

이 지점에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제시해 정보기술(IT) 업계를 선도한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 한다. 실제로 저자는 잡스만큼이나 사고가 열린 실험적인 경영자이기도 하다. 사가 현에 있는 다케오 시립도서관의 운영을 맡아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영화, 음반 등 엔터테인먼트 부문까지 연계해 종합 문화사업을 추구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끊임없는 변화와 실험에 나서고 있지만, 고객 지향은 지난 32년간 변함없는 그의 철칙이다.

“해답은 항상 고객에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원은 지시를 내리는 상사가 아니라 고객을 바라봐야 한다. 고객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가져온 해답은 결국 독선적인 의견일 뿐이기 때문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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