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2년 뒤엔 ‘잠룡의 날개’로… 총선 도전장 내는 측근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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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우리도 뛴다

201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설 차기 대권 주자의 핵심 측근들은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벼르고 있다. 본인의 원내 진출은 물론 ‘주군(主君)’의 대권 도전을 위한 세 결집을 위해서도 총선 승리는 절박하다. 대권 주자의 입장에서도 여전히 계파 정치가 현실 정치를 움직이는 유력한 수단인 현실에서 자기 사람이 대거 ‘금배지’를 다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특히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등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선 주자들은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세력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득권을 가진 지역위원장을 제치고 당내 경선을 통과하는 것이 우선. 선거가 아직 5개월 정도 남았고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마음이 급해 보인다.

여당 ‘잠룡’ 핵심 측근들의 출마는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측근 그룹이 이미 원내에 포진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6일 한국갤럽이 지난달 발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박 시장 14% △새누리당 김 대표 13%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11% △안 전 대표 9% △오세훈 전 서울시장 8% 등의 순이다.

선거 캠프, 보좌진, 당직으로 인연

새누리당 김 대표의 측근 그룹에서는 18대 의원을 지냈다가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안형환 전 의원을 비롯해 19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했던 조전혁 전 의원 등이 원내 복귀를 노리고 있다. 김 대표의 대권 행보를 도울 후보로 꼽힌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문 대표 참모들은 내년 총선 불출마 요구를 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출마 예정자가 적다. 다만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은 경남 김해을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각오다. 4·28 재·보선에서 서울 관악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정태호 전 대통령정무비서관도 재기를 노린다.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의 진심 캠프’ 출신 인사들 역시 대거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핵심 브레인인 이태규 정책네트워크 ‘내일’ 부소장은 경기 고양 덕양을에, 정기남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실 공보실장은 경기 군포에, 이수봉 인천경제연구소장은 인천 계양갑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관계가 소원해졌지만 금태섭 전 대변인도 수도권 출마를 고민 중이다. 박인복 전 홍보위원장과 홍석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안 전 대표의 특보를 지낸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실장도 서울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내민다.

안 전 대표는 “당내에 들어와 가장 후회하는 일이 합당의 명분이 됐던 ‘기초선거 무공천’ 약속을 당내 반발 때문에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당내 세력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다.

박 시장은 2011, 2014년 선거 캠프에서 인연을 맺은 인사들을 서울시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용하면서 자기 사람들을 심어 왔다. 486 학생운동권 출신의 임종석 정무부시장과 기동민 전 정무부시장, 권오중 전 정무수석 등이 ‘박의 남자’로 꼽힌다. 장백건 서울시설공단 감사는 서울 성동갑에 출마하고, 서울 시의원을 지낸 새정치연합 강희용 부대변인도 두 차례 박 시장 선거 캠프에서 특보로 활동하면서 박원순계로 분류된다. 박 시장은 최근 출마가 예상되는 측근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를 격려하고 선거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종로 출마를 놓고 박진 전 의원과의 갈등에 휩싸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단 여의도 재입성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오 전 시장의 측근 중에는 20대 총선 출마를 계획하는 인물은 없다고 한다.

차기 잠룡군으로 분류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측근들도 20대 원내 입성을 꿈꾸고 있다. 남 지사의 의원 시절 지역구 사무국장을 지냈던 이승철 경기도의원은 수원병 출마를 선언했고, 지난해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 나섰을 당시 부대변인을 맡았던 김기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은 강원 원주을에 출마한다. 원 지사의 최측근인 이기재 전 제주도 서울본부장은 원 지사가 정치를 시작했던 서울 양천갑에 출사표를 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전남 강진에 칩거 중인 손학규 전 상임고문도 여전히 정계 복귀 러브콜을 받고 있다.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손학규 캠프에 몸담았던 의원 20여 명은 손 전 고문의 최대 우군이다. 내년 총선에서는 김유정 전혜숙 전 의원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측근들의 당선을 위해서 손 전 고문이 지원 유세에 나서며 몸을 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구 양보로, 친구로

대선 주자로 성장하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공직을 거치면서 함께 일한 동료와 선후배, 보좌진 등을 측근으로 두게 되지만 흔치 않은 경우도 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최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장남’이라고 불릴 정도로 25년 넘게 인연을 맺어 왔다. 차 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사회·노동운동을 할 당시부터 곁을 지켜 왔고 김 전 지사의 의원 시절엔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 김 전 지사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차 전 의원은 김 전 지사의 지역구였던 경기 부천 소사에 출마해 당선됐고 재선에 성공했다. 김 전 지사가 국회 복귀를 결심한 직후에 차 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겠다는 뜻까지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지사는 “후배(차 전 의원)가 열심히 하고 있어 출마할 수 없다”며 대구 수성갑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기 고양 덕양을에 출마를 준비하는 정재호 전 국무총리실 민정수석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30년 지기다. 고려대 재학 시절 학생운동을 하면서 안 지사를 처음 알게 된 뒤 인연을 이어 왔다. 그 후 안 지사의 소개로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사회조정비서관 등을 지냈다. 안 지사의 충남지사 선거 땐 선대위 총괄본부장도 맡았다. 노 전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안 지사 역시 차세대 대선 주자군에 포함된다.

새정치연합 김병욱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위원장은 2011년 4·27 분당을 보궐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역구를 당시 당 대표였던 손 전 고문에게 양보했다. 김 위원장은 “내가 나오는 것보다 손 대표가 나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서 당원을 이끌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 대표한테 출마를 촉구했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에게 신뢰를 얻은 김 위원장은 2012년 총선에서 다시 지역구를 되돌려 받았고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총장을 맡으며 측근이 됐다.

안 전 대표의 특보를 맡고 있는 이동섭 전 새정치연합 사무부총장도 비슷한 사례다. 2013년 4·24 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를 양보하면서 안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을 남겼다.

때로는 후광, 때로는 꼬리표

잠재적 대선 주자의 측근들은 본격적인 총선전이 시작될 경우 펼쳐질 ‘주군’들의 지원 유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약한 인지도와 검증되지 않은 능력을 단박에 보완해 줄 수 있는 한방을 기대하는 것.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각각 ‘박근혜 마케팅’ ‘안철수 마케팅’을 벌인 이유다.

하지만 후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의 참모라는 꼬리표가 내내 따라붙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

문 대표를 높게 평가한 노 전 대통령이 그를 소개할 때 한 말이라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본격적인 정치 활동에 나섰고 대선까지 출마했다.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후광도 누렸지만 여전히 ‘친노(친노무현)의 수장’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유력 정치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게 정치인에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며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언젠가는 후계자 이미지를 벗는 게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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