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40>눈웃음 짓는 그녀는 내게 호감 가진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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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나한테 호감을 가진 게 틀림없어.”

이런 착각에 빠진 남자를 이따금 본다. 그들 나름의 근거는 웃음이다. “좋아하니까 웃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하지만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웃음에서는 눈이 주인공이다. 진짜 웃음인지 아닌지는 눈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웃음을 짓기 위해서는 얼굴의 16개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중 ‘눈둘레근’은 웃음이 절로 나올 때만 반응할 뿐 의지대로 움직이기 어렵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따라서 입꼬리를 추어올려 웃음을 짓더라도, 눈썹이 아래로 처지며 동시에 양쪽 뺨이 올라가지 않는다면 틀림없는 예의상의 웃음이다. 관계에 민감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예의상 웃음을 훨씬 자주 이용한다. 그래서 센스가 있는 남자는 상대 여성의 눈치를 봐가며 농담을 한다. 그녀가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전혀 아닐 수도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진짜 미소를 ‘뒤셴 스마일(Duchenne smile)’, 예의상 미소는 ‘팬 아메리칸 스마일(Pan-American smile)’이라고 부른다. 뒤셴 스마일이란 미소를 처음 학문적으로 연구한 심리학자 기욤 뒤셴의 이름을 딴 것이고, 팬 아메리칸 스마일은 항공사 스튜어디스들이 손님에게 짓던 업무형 미소에서 비롯된 말이다.

눈 주변을 주로 관찰하면 언제 기쁘고 슬픈지, 무엇을 좋아하며 싫어하는지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상대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눈치다. 우리가 눈의 어느 부분에서 어떤 특성을 감지하는지까지는 명쾌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상대가 미묘한 방식으로 눈을 움직이는 순간, 그 신호를 해석해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섬세하게 마음을 읽는 감각은 우리들 대부분이 생애에서 처음 만나는 여성, 즉 어머니에게서 배운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지능력 및 뇌과학연구소는 대략 생후 7개월의 아기들도 무의식적으로 눈을 보고 사람의 감정을 짐작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어릴 적에 어머니와 자주 눈을 마주치며 교감을 해본 남자는 상대가 짓는 미소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한다.

일 때문에 만난 여성이 짓는 웃음 중 상당 부분은 이성적 호감보다는 사회적 처세에 가깝다. 여성들 사이에선 부드럽게 섞이기 위한 첫걸음이 웃음이다. 그들의 모임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직장에서의 웃음이야말로 처세 그 자체다.

여성은 때로는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을 만큼 혐오스러운 상대에게도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웃음을 지어 준다. 그러니 ‘내게 눈웃음친다’고 해석해 잘못 반응한다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한상복 작가
#뒤셴 스마일#팬 아메리칸 스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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