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회원국 “환율전쟁 자제” 합의… 한국에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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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개입자료 매년 공개… 정부 換방어 여지 줄어들어
가입땐 사실상 한일FTA 효과… 車부품-유화 무역역조 대책 시급
농산물 개방범위 협상도 큰 숙제… 아베 “룰 따른다면 한국 환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정문이 공개되고 한국의 공식 참여 선언이 임박하면서 향후 협상 전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이 TPP에 참가하면 일본과는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치밀한 협상 전략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실상 ‘한일 FTA’… 꼼꼼한 전략 필요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TPP 12개 회원국 중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양자 FTA를 맺은 상태다. TPP에 참여하려면 일본, 멕시코와는 원점에서 포괄적인 양자협상을 벌여야 한다.

일본에 시장을 개방할 경우 안 그래도 심한 대일(對日) 무역적자가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대일 주력 수출품에 부과되는 일본의 관세율이 1% 미만이라 관세철폐 효과가 적은 반면 한국이 일본 제품에 물리는 관세는 평균 7.8%로 높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석유화학의 경우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고부가가치 핵심소재를 일본에서 대량 수입해 대일 무역적자가 45억 달러에 이른다”며 “시장을 개방하면 수입물량이 더 늘어나 적자폭도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도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TPP 협상에서 미국, 일본은 자동차 부품의 80%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도 일본산 부품에 부과하는 8%의 관세를 철폐하자고 요구할 수 있다. 전기·전자 업종 가운데 휴대전화, 컴퓨터, 통신기기, 반도체는 정보기술협정(ITA) 타결로 이미 무관세여서 별다른 변화가 없다.

대일무역 역조가 다소 심해지더라도 TPP 참여에는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수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에서 중간재 수입이 늘겠지만 이를 사용해 최종재 또는 중간재를 생산한 뒤 전 세계에 수출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협상은 TPP가 아니더라도 한중일 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을 통해 결국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농산물 추가 개방 격론 일 듯

농업부문에서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베트남 등의 추가 개방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과제다.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일본도 TPP 협상에서 관세율을 지키는 대신 미국, 호주에서 저율할당관세(TRQ·일정 물량만 낮은 관세를 매기는 제도)로 매년 8만 t 정도 수입하기로 했다. 한국 역시 쌀을 양허(개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고수한다면 다른 품목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일본은 그나마 쌀, 유제품, 쇠고기 등 5대 민감 품목의 관세 완전철폐를 막아냈지만 한국은 이미 미국, 캐나다,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를 15년 내에 철폐하기로 하는 등 개방수준이 높다”며 “이미 FTA를 맺은 국가들도 재협상을 통해 농산물 추가 개방을 요구할 경우 대응할 협상카드가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

TPP 회원국들이 환율전쟁을 자제하기 위해 외환보유액 변동과 외환시장 개입 자료를 공개하기로 한 점도 악재다.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국영기업 우대 제한, 수산보조금, 지식재산권 등의 규범을 한국이 TPP에 가입할 경우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TPP전략포럼 의장)는 “TPP 가입 효과는 단순히 관세인하 정도가 아니라 12개 회원국을 넘어 계속 확대될 ‘글로벌 공급 체인’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가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공개된 협정 내용을 철저히 분석하고 산업 경쟁력 제고 등 개방에 대비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오후 도쿄(東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강연에서 “우리가 만든 새로운 룰을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한국 등의 가입 의사를) 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박형준·강유현 기자
#tpp#환율#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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