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나 “오래 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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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7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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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하나. 스포츠동아DB
배우 이하나. 스포츠동아DB
배우 이하나(33)는 한 동안 연기에 뜸했다.

올해 초 드라마와 영화에 참여하면서 서서히 활동 폭을 다시 넓히고 있지만 앞서 3~4년 동안 ‘공백’을 보냈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한창 찾는 곳 많고 참여할 작품 역시 맡았던 시기였지만 정작 이하나가 몰두한 돌파구는 연기가 아닌 음악이었다.

사실 KBS 2TV 음악 프로그램 ‘이하나의 페퍼민트’를 2년 동안 진행하기도 했고, 그런 과정에서 음악을 향한 재능과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의 부친은 밴드 데블스에서 활동한 작곡가 이대헌. ‘먼지가 되어’ 등의 명곡을 만들고 부른 가수다. 부모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이하나는 두문분출하며 음악작업에 몰두했지만 아쉽게도 음반을 완성해 내놓지는 않았다. 고민이 많았던 탓이다.

“음악은 아직 유치원 수준 같다”고 여기는, 자신감 부족도 하나의 원인이다.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그와 달리 주변 사람들은 ‘이하나의 음악 실력이 만만치 않다’고 귀띔하고 있다.

● “연기하는 마음가짐, 달라지고 있다”

한동안 주춤했던 이하나는 올해는 작심한 듯 다시 스크린과 안방극장에 나섰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특종:량첸 살인기’(감독 노덕·제작 우주필름·특종)와 그 보다 앞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방송한 KBS 2TV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주인공으로도 시청자와 만났다.

두 편 모두 이하나의 깨끗하고 담백한 매력이 드러난 작품. 그는 “연기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고 돌이켰다.

“얼마 전 단막극 ‘짝퉁 패밀리’를 찍었다. 마치 연기를 막 시작한 초년생이 된 기분이었다. 마음이 확실히 달라진 것 같다.”

변화의 계기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만난 배우 김혜자로 시작해, 영화 ‘특종’의 상대역 이던 배우 조정석을 거치며 확실해졌다.

“김혜자 선생님의 눈빛만 바라봐도, 한 번 잡아주는 손길에도, 울컥했다. 연기를 어떤 마음으로 대해야 하는 지 배웠다고 할까. 그런 감정을 빠짐없이 다이어리에 적어 두고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꺼내 본다.”

‘특종’은 그런 과정에서 만난 또 다른 값진 경험이다.

10월22일 개봉해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고 있는 영화는 흥행 면에서는 기대를 만족할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하나는 그 성과와는 별개로, 이번 영화를 경험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한 데 어우러져 완성하는 합작품의 ‘맛’을 알았다고 했다.

“내가 맡은 역할보다 그저 이 영화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그보다 조정석이 맡은 허무혁이란 인물에 나 역시 동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상대 배우의 활약을 응원하고 싶은 기분은 이하나가 “처음 느끼는” 감정이라고 했다. 늘 웃으며 주위를 밝게 만드는 조정석이어서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하나는 “앞으로도 쉽게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감정”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연쇄살인과 관련한 특종을 보도한 방송국 기자(조정석)가 진실과 거짓을 추적하며 벌이는 해프닝을 그렸다. 이하나는 조정석의 아내이자 큐레이터 수진 역할. 조정석과 대칭점에 선 인물이자 그 역시 또 다른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이하나는 “영화 속 내 모습은 온전히 감독님의 뜻을 따르려 했다”고 말했다. “누구에게나 더 좋은 걸 주려고 하는, 시시한 걸 주지 않으려는 감독님을 향한 믿음”이라고 했다.

이런 신뢰를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앞서 노덕 감독은 영화 ‘연애의 온도’로 연출 데뷔를 준비하던 때, 이하나에게 ‘함께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었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둘의 합작은 이뤄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갖던 둘은 4~5년 만에 ‘특종’에서 다시 만났다. 인연이라고 할 만 하다.

배우 이하나. 스포츠동아DB
배우 이하나. 스포츠동아DB

● “요즘 옷, 패션에 재미 붙었다”

드라마와 영화를 끝낸 이하나는 다시, 당분간, ‘음악’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한동안 엄청나게 음악에 빠져 지낼 것 같다”며 “내 음악은 무엇으로 규정할 지을 수 없다”고 한참 뜸을 들이더니, 빠른 시간 안에 음반을 완성해 소개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왜 음악에 그토록 애정을 쏟을까.

“나, 내 자신을 더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애착이 간다. 아무래도 영화나 드라마 작업은 내가 주고 또 남들에게 받아야 하는 과정이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크다. 반면 음악은 온전히 내 것을 할 수 있다.”

그런 이하나가 요즘 관심을 두는 새로운 분야는 ‘옷’이다.

사실 173cm의 키에 모델 못지않은 체형을 가지고 있어도 ‘패셔니스타’라는 수식어는 좀처럼 얻지 못했던 그다. 하지만 최근에는 ‘옷 잘 입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하나는 그 비법으로 “오래 보기”를 꼽았다.

“어떤 것을 오래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얼버무리거나 다음 기회로 넘기지 않는다. 옷도 그렇다. 한 때 옷을 못 입었다. 하하. 사진도 이상하게 나오기 일쑤였고. 일종의 굴욕사진을 찾아내서 오랫동안 본다. 그러면 뭐가 문제였는지, 내 문제가 보인다.”

이런 습관은 배우 장미희의 조언에서 시작됐다. 이들은 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어느 날 선배 장미희는 이하나를 물끄러미 보면서 이렇게 제안했다. ‘눈이 예쁘니까 아이라이너를 옅게 그려보면 어떨까’라는 조언이었다.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키우라는 말이었다. 아주 단순한 이치다. 그렇게 시작해서 요즘에는 무엇이든 오래 본다. 오래봐야 제대로 보인다. 음악도 그렇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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