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죄 짓지 않겠다”…출소자 부부 8쌍 ‘갱생의 웨딩마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14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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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출소자 부부 8쌍이 하객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아름다운 결혼식’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와 법무부 법사랑위원 연합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한 웨딩홀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린 출소자 부부 8쌍이 하객들로부터 축하의 박수를 받고 있다. 올해로 30회를 맞는 ‘아름다운 결혼식’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와 법무부 법사랑위원 연합회의 후원으로 열렸다. 변영욱기자 cut@donga.com

“신랑신부 입장…입장…입장!”

예식이 드문 평일(5일) 낮 11시. 서울 서초동의 한 웨딩홀에서 8쌍의 신랑신부가 함께하는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30대 초반부터 50대까지 신랑 8명이 각자의 신부와 팔짱을 끼고 결혼행진곡에 맞춰 차례로 입장했다. 200여 명의 하객들은 8차례 힘찬 박수를 보냈다.

이날 새신랑이 된 김용기 씨(가명·52)는 지난해 7월 출소한 법무보호대상자다. 신부 정순이 씨(가명·42)는 지난해 1월 김 씨가 사업상 문제(배임)로 교도소에 세 번째로 수감됐을 때 두 딸을 돌봐준 ‘은인’이었다. 김 씨는 전처의 가출과 3번의 수감으로 자살까지 생각했지만 가족을 대신 지켜준 정 씨에 대한 고마움으로 마음을 바꿨다. 출소자 숙식보호 생활관에서 1년 동안 신세를 지며 한 푼씩 모아 재기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지만 결혼식은 엄두도 못 냈다.

두 사람을 이어준 건 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지부의 ‘아름다운 결혼식’. 공단은 법무부 법사랑위원들과 함께 형편이 어려워 가정을 이루지 못한 출소자 8명에게 ‘갱생의 웨딩마치’를 선물했다. 1985년부터 30년 동안 207쌍이 화촉을 밝혔다. 전과와 편견 때문에 사회복귀가 더딘 출소자들이 가정을 이뤄 재범을 막고 자립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공단 관계자는 “출소 후 3년 동안 재수감되는 비율은 22%지만 가정이 회복되면 재범률이 5분의 1로 줄어든다는 통계가 있다”고 말했다.

‘기다려온 시간은 서로를 위한 소중한 선물~’이라는 축가 가사에 신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회자가 “희망찬 앞날을 위해 행진”이라고 외치자 신랑은 가족이 아닌데도 진심어린 축하를 보내준 하객들에게 일일이 눈을 맞추며 감사를 표했다. 김 씨는 결혼식을 끝낸 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다시는 죄 짓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혼주, 주례, 사회자, 하객 대부분이 신랑신부측 가족이나 지인이 아닌 법무보호공단 관계자와 법사랑위원들이었다. 예복과 드레스 등 결혼식 비용은 법사랑위원 연합회가 부담하고 서울중앙지검이 반상기세트를 지원하는 등 각계의 도움으로 살림살이도 마련했다. 신혼부부들은 7일 강원도 원주로 암벽등반 신혼여행을 함께 갈 예정이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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