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수원 홈구장 갈등 결국은 ‘불통’ 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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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철·스포츠부 기자
정윤철·스포츠부 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은 수원월드컵경기장 4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같은 층의 약 50m 떨어진 곳에는 경기장 관리 주체인 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의 사무실이 있다. 한 지붕 아래 사는 둘은 10년 넘게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수원은 “재단이 협의 없이 전광판 하단에 LED 광고판을 설치하는 등 광고 영업을 추진해 구단의 스폰서 유치에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구단의 독점적 상업권리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경우 ‘홈구장 이전’도 고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한규택 재단 사무총장은 5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이는 양측의 불신을 깊게 하고 소통의 부재까지 드러냈다. 한 사무총장은 “재단이 광고를 한 곳은 과거 수원이 효과가 없다며 유치를 포기한 곳이다. 2004년부터 수원에 상업광고 시설을 일괄적으로 맡아달라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에 수원 관계자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광고 유치 대가로 재단이 요구한 사용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라며 “재단 측이 상업 권리를 주겠다고 한 적은 단 한번도 없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발언이다”라고 반박했다. 수원이 연간 7억2000여만 원의 임차료 등을 내고 있는 만큼 경기 당일에 독점적으로 상업권을 가지는 게 당연한데, 광고 부착 위치에 따라 추가 비용을 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수원은 “매년 초 재단과 경기장 사용과 관련해 계약을 할 때 상업권을 달라고 요구하지만 거절당한다”고 덧붙였다. 오랜 논쟁에도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 사무총장은 “그동안 수원과 자장면 한 그릇도 같이 못한 거 같다. 서로 사이좋게 지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 서로 소홀했다”고 말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양측 모두 이번 기회에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 사무총장은 전문가 등이 참여한 공개 토론을 수원 측에 제안했다. 수원은 “대화 창구는 열려 있다. 우리도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를 떠나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이날 “빅버드의 주인은 시민이며 운영 주체는 연고 구단과 축구 팬이 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수원은 2001년부터 빅버드를 연고로 사용해 왔다. 학창시절부터 빅버드에서 수원을 응원해 왔다는 김모 씨(31)는 “양측 모두 축구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수원에서

정윤철·스포츠부 기자 trigger@donga.com
#수원#홈구장#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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