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남 성형외과 앞 ‘맞불 1인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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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수술후 고통” 환자 옆에… 병원측 “금품 갈취 목적”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앞에서 서모 씨가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1인 시위를 하자(위쪽), 해당 의원 측이 “서 씨가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며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모 씨 제공
서울 강남구의 한 성형외과 앞에서 서모 씨가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1인 시위를 하자(위쪽), 해당 의원 측이 “서 씨가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시위를 하고 있다”며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서모 씨 제공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구 A 성형외과 앞. 20대 여성이 피켓을 든 채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피켓에는 ‘수술 후 신경 손상으로 하루 종일 칼로 턱을 찌르는 듯한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다. 주치의는 이런 저를 문전박대하고 회피하기만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근처에는 간호사복을 입은 여성이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서○○이라고 한다. 3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병원을 망하게 하겠다고 한다.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성형외과에 불만을 가진 서모 씨(23·여)가 대표원장 황모 씨(48)를 겨냥해 1인 시위에 나서자 해당 의원에서 ‘맞불’ 시위를 벌인 것이다. 진료 등에 항의하는 1인 시위는 종종 있지만 이처럼 양측이 ‘피켓 시위 전투’를 하는 것은 흔치 않은 장면이다.

서 씨와 A성형외과의 갈등은 201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 씨는 호주 유학 중 잠시 귀국해 당시 B성형외과 소속이던 황 원장에게서 얼굴윤곽수술을 받았다. 수술에 든 비용은 550만 원. 수술 직후 유학생활을 이어 가기 위해 호주로 출국한 서 씨는 수술 부위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고 턱 주위가 심하게 아팠어요. 성형외과에 연락했더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기에 2년간 통증을 참고 견뎠어요.”

학업을 마치고 올 2월 귀국한 서 씨는 황 원장이 새로 개업한 A성형외과를 찾아갔다. 환불을 요청하는 서 씨에게 황 원장은 “다시 수술하면 나아질 것”이라며 재수술을 제안했다.

망설이던 서 씨는 8월 초 재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곧 턱 주위에서 강한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 서 씨는 정확한 상태를 알기 위해 방문한 다른 병원에서 신경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진단서를 들고 A성형외과를 찾은 서 씨는 황 원장에게 “평생 진통제를 먹어야 하니 이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서 씨가 여러 차례 대책 마련을 요청하자 A성형외과는 “보상금을 얼마나 원하느냐”고 물었다. 서 씨는 “돈보다 회복이 중요하다. 정 돈으로 보상하겠다면 평생 먹을 약값 등을 포함해 3000만 원은 받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후 서 씨와 A성형외과 사이에는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서 씨는 지난달 11일부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A성형외과는 지난달 19일 강남경찰서에 서 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21일부터는 서 씨 옆에서 맞불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황 원장은 본보에 “(서 씨 수술 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그 대신 A성형외과 측은 “의료 과실이 아닌데도 서 씨가 억지 주장을 하는 바람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A성형외과는 ‘서 씨가 1인 시위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고소를 취하하고 합의할 생각이 있다’고 밝힌 상태”라고 전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김철웅 채널A 기자
#강남 성형외과#성형수술#후유증#금품 갈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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