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발효땐… 日기계-전자 관세 즉시 철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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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첫 공개 협정문 살펴보니

지난달 타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발효되면 일본이 자국산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전기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가 즉시 철폐돼 이 분야 한국 수출기업들이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초미의 관심사였던 완성차의 경우 최장 30년에 걸쳐 관세가 철폐되는 것으로 확인돼 이보다 개방속도가 빠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맺은 한국으로서는 한숨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정부는 TPP 참여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조만간 공식 참여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뉴질랜드 정부가 공개한 TPP 협정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TPP에 참여한 12개국 정부들은 이날 협정문을 동시에 공개했으며 가입국 중 시차가 가장 빠른 뉴질랜드가 30개 챕터로 된 협정문을 제일 먼저 내놨다.

협정문을 보면 미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베트남 등 12개 회원국은 최장 30년에 걸쳐 95∼100%의 관세를 철폐한다. 한국이 맺은 FTA의 관세 철폐율 98∼100%와 유사한 수준이어서 한국은 미국 등 이미 FTA를 맺은 나라에서 피해를 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완성차의 경우는 시장 선점효과를 상당 기간 누릴 수 있게 됐다. 미국에 수출될 때 관세 2.5%가 붙는 일본산 승용차는 TPP 발효 후 15년 차부터 11년간 순차적으로 관세가 없어진다. 이에 반해 한국산 자동차는 한미 FTA로 내년 1월 1일부터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 부품, 기계, 전자·전기 등 일부 공산품 분야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은 일본의 기계, 전자·전기 제품 대부분과 자동차 부품의 약 80%에 대해 관세를 TPP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이에 비해 한미 FTA에서는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일부 가전제품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낮아져 2021년에야 완전히 사라진다. 한국이 TPP에 가입하기 전까지 미국 시장에서 일본 제품보다 불리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뜻이다.

규범 분야에서는 한미 FTA에 없는 몇몇 조항이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지 완전누적 기준’이 특히 위협적이다. 원산지 누적 기준이란 TPP 회원국들이 서로가 생산한 중간재를 써서 최종 제품을 만들 경우 중간재의 원산지를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로 TPP 회원국들끼리 역내 거래를 독점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TPP 역내 중간재 부품소재 공급 규모는 2012년 기준 한국산이 1180억 달러, 일본산이 1260억 달러다.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금지하는 조항도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대표적 규정이다. 정부가 국영기업(정부가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의결권을 50% 이상 행사하는 기업)에 특혜를 줘 상대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으면 곧장 분쟁조정 절차에 돌입할 수 있다.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30개 공기업은 해당 조항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무역 보복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협정문이 공개됨에 따라 한국의 TPP 참여 선언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과 이달 2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TPP 가입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한 만큼 TPP 참여는 시기, 방법의 문제일 뿐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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