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국회 언제까지]실적 압박 시달리는 원유철… 당내 이견 머리아픈 이종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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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철, 靑회동 이후 “법안처리 시간없다” 발동동
이종걸, 강경투쟁-출구전략 엇갈린 주문에 고심, 정치력 시험대 오른 여야 원내대표

“형님, 우리가 19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 아닙니까. 싸울 때 싸우더라도 국민이 필요로 하는 건 처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전화할 때마다 ‘유종의 미’를 강조한다. 두 사람의 이름에서 가운데 ‘유’자와 ‘종’자를 따 원 원내대표가 새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5자 회동’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에게 거듭 당부한 말이기도 하다.

8월 11일 국회 본회의 이후 85일째인 이달 5일까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파문’으로 국회가 멈춰서면서 ‘법안 제로’ 행진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정기국회가 내달 9일 끝나면 국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대부분이 지역구로 흩어지기 때문이다. 원, 이 원내대표 모두 한 달 안에 성과를 내야 하지만 국정화 정국이란 암초를 만났다.

원 원내대표는 ‘청와대 5자 회동’ 이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와 노동개혁을 강조하면서 후속 입법을 완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빨리 (법안) 처리해야 하는데, 한 달밖에 안 남았는데…”라는 말을 달고 살 정도다. 국정화 확정고시가 예정보다 이틀 빠른 3일 발표되면서 여야가 합의한 3일 본회의가 무산되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고 한다.

결국 원 원내대표는 꽉 막힌 정국을 풀어야 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국정화 대치 정국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민생 입법 처리의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야당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야당이 국회에 복귀할 명분을 주는 동시에 여권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얻어내려면 원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당분간 해법은 묘연해 보인다.

이 원내대표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그는 5일 새벽에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기상했다. 국정화 고시에 반대하는 국회 농성을 시작한 2일부터 사흘 연속 침낭에서 밤에 불편한 잠을 청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아직 철야 농성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이 원내대표가 몸도 힘들지만 머릿속이 더 복잡할 것”이라고 말한다. 독립운동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원내 사령탑으로 정기국회를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어서다.

당내에는 “국회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시한부 보이콧이라도 해야 한다”는 강온론이 충돌하고 있다. 국회 농성을 두고도 원내지도부 일각에서는 “나중에 농성을 접을 명분도 찾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이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일정 논의를 위한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고심 끝에 참석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당내 사정도 변수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중심으로 ‘문 대표 퇴진론’이 수면 아래에서 계속 들끓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가 여야 대치 국면에서 강경론을 고수하는 친노(친노무현) 진영과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 측은 “문 대표의 거취 문제를 앞장서 부각시키기보다는 예산안 등 원내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두 원내 사령탑은 국정화 정국의 최전선에서 날을 세운다. 그러면서도 손을 내칠 수는 없다. 꼬인 국회를 풀어낼 ‘솔로몬의 해법’이 궁금하다.

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 기자
#국회#국회 정상화#새누리당#원유철#새정치민주연합#이종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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