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도박할 때 누군 기부한다…진짜 영웅은 따로 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6일 05시 45분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오른쪽)은 실력만큼이나 남몰래 하는 선행으로도 ‘으뜸’이다. 고액 연봉자가 아닐 때부터 티를 내지 않고 각종 기부활동이나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팀 동료 장원삼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기부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오른쪽)은 실력만큼이나 남몰래 하는 선행으로도 ‘으뜸’이다. 고액 연봉자가 아닐 때부터 티를 내지 않고 각종 기부활동이나 재능기부를 해오고 있다. 팀 동료 장원삼도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기부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로야구 도덕성을 되찾자

4.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교훈

이승엽-장원삼 ‘삼성 선행천사’ 계보
안치홍도 경찰야구단 월급 모아 기부
한기주·강민호·박용택 등 모범사례

모든 프로야구선수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져 해외원정도박을 일삼고, 음주운전에 폭행사고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선수들이 남몰래 묵묵히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정상급 프로야구선수들은 대기업 CEO에 버금가는 고액 연봉을 받는다. 그만큼 사회적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 그렇지 못한 사례가 많았기에 실망감이 컸다. 그러나 큰 희망을 갖게 하는 조용한 ‘기부천사’들도 그라운드에 있다.

고액 연봉자가 아니었을 때부터 남몰래 시작한 사회복지시설을 통한 기부활동, 투병 중인 야구인들을 찾아가 조용히 전하는 성금, 수시로 모교에 선물하는 피칭머신을 비롯한 고가의 야구용품, 가정형편이 어려운 유소년선수들에게 건네는 격려금, 큰 수술비가 필요한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병원에 기탁하는 성금까지…. 여기까지는 본인이 끝까지 쉬쉬했음에도 도움 받은 이들의 입을 통해 알려진 선행이다. 그 밖의 성금 및 재능 기부 또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기부천사의 이름을 따 ‘한국의 로베르토 클레멘테(1934∼1972년)’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아름다운 선행이다. 그 주인공은 매우 영광스러운 닉네임을 갖고 있다. ‘국민타자’ 이승엽(39·삼성)이다.

이승엽은 모범적인 선수생활 이상으로 존경받을 만한 선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승엽은 슬럼프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항상 진지하고 정중하게 인터뷰에 응해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모든 질문에 매우 솔직히 답하지만, 기부나 선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얼버무리고 황급히 자리를 뜬다.

이승엽의 재능 기부는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왔고 ‘선행 DNA’로도 이어졌다. 2002년 이승엽은 다른 3명의 선수와 야구클리닉에 참가해 각각 한 팀씩을 맡아 우승팀을 가리는 미니 대회까지 치렀다. 당시 9회말 동점 만루홈런을 터트린 초등학교 6학년 안치홍(KIA·경찰야구단 복무)은 1일감독 이승엽을 항상 동경하며 결국 프로야구선수가 됐다. 그리고 신인 때부터 한 해 동안 자신이 기록한 안타와 도루 등 세부적 기록에 따라 금액이 올라가는 기부를 실천했다. 고액 연봉자가 아니었기에 구단의 권유도 없었지만, 스스로 선행을 실천했다. 6년 동안 그의 기부금을 받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14년 11월 군 입대를 앞둔 안치홍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지금도 안치홍은 경찰야구단에서 받는 월급을 모아 기부하고 있다. 작은 액수지만, 가장 따뜻한 돈임에 틀림없다.

많은 프로야구선수들은 고가의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다.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들이기에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자동차 구입에 아낌없이 돈을 쓴다. 절세에도 도움이 되는 까닭에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비싼 차로 자주 바꾸거나, 여러 대를 소유하는 경우도 있다.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만 장원삼(32·삼성)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까지 차 없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녔다. 팀 내에서, 아니 리그 전체에서 거의 유일하게 2G 휴대폰을 쓰기도 했다. 그 대신 열성적으로 기부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뒤에는 차도 사고 전화기도 바꿨지만, 오래 전부터 계속해온 기부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억원을 기부한 뒤 “에이 더 해야 하는데”, 성금을 받은 단체로부터 감사편지가 오자 “제가 더 기뻐요”라고 말하는 등 그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나이다.

힘겨운 재활 중에도 수년간 연말 자선행사를 직접 개최한 한기주(28·KIA), 프리에이전트(FA) 계약과 함께 2억원을 기부한 강민호(30·롯데),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박용택(36·LG) 등 생각보다 밝게 빛나는 진짜 별들이 한국프로야구를 지키고 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얼룩진 2015년 한국프로야구에서 재음미해봐야 할 진정한 그라운드의 영웅들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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