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년펀드·청년수당 포퓰리즘으로 취업난 해결되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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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청년 일자리 대책이 잇따르고 있다.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청년희망펀드’의 운용을 맡은 청년희망재단이 현판식을 가졌다. 서울시는 저소득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최장 6개월간 월 50만 원의 ‘청년수당’ 지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20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좌절감에 빠진 청년들을 돕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자칫 실효성 없는 또 하나의 기관을 만들거나 재정 낭비로 흐를까 걱정이다.

청년희망펀드는 박 대통령이 9월 15일 “청년 고용을 위한 재원 마련에 저부터 단초 역할을 하겠다”며 2000만 원과 월급의 20% 기부 의사를 밝힌 지 50여 일 만에 누적 기부금액 600억 원을 넘겼다. 정부는 사회 지도층의 자발적 참여로 펀드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200억 원, 정몽구 현대차 회장 150억 원 등 기업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참여했다.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일종의 준(準)조세다.

청년희망재단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더 큰 숙제다. 일자리 원스톱 정보센터를 만들고 청년들의 직무훈련 등에 쓴다는 개략적 계획은 있지만 정부가 연간 2조 원의 청년 일자리 예산으로 하는 일들과 겹친다. 기업인들이 펀드에 기부할 돈으로 직접 일자리를 만드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학생도 취업자도 아닌 ‘니트(NEET)족’에게 활동비를 지급함으로써 희망을 잃지 않고 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복지국가들도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에게 ‘청년수당’을 주지만 미봉책일 뿐 청년 취업난을 해소할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90억 원의 예산을 뿌리는 ‘청년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경기 성남시는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 원의 ‘청년배당’을 하겠다는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좋은 일자리는 관(官) 주도가 아닌 민간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국회 토론회에서 “청년 취업난은 금융 교육 보건의료 관광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성장이 정체해 일자리 창출이 부진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과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와 구조개혁 등 진짜 해야 할 일부터 제대로 하기 바란다.
#청년펀드#포퓰리즘#취업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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