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임금개혁’ 칼 빼든 임종룡 금융위원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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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과제는 성과주의 확산”… 금융경영인 강연회서 거듭 강조
전문가들도 “보상체계 개편 시급”

지난해 한 시중은행 직원들의 급여 총액은 1조7692억 원. 1인당 연봉으로 환산하면 8200만 원꼴이다. 3년 전인 2011년에 비해 각각 30% 이상 급등한 수치다.

최근 시중은행의 인건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력구조에 맞지 않는 잘못된 임금체계 때문이다. 과·차장 이상 책임자급 직원이 전체의 약 60%에 이르는 전형적인 항아리형 구조인데도 시중은행은 연차가 올라갈수록 연봉이 자동으로 오르는 단일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도 성과에 관계없이 고임금을 받는 중장년층 직원들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이런 낡은 임금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사진)은 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 강연회에서 “금융권의 성과주의 확산은 앞으로 추진할 금융개혁 과제 중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금융권이 보신주의에 빠져 있다는 말이 제일 듣기 싫다”며 “성과주의 문화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호봉제 위주의 경직된 임금 구조가 은행 수익성과 직원들의 노동생산성을 동시에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금융연구원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금융권의 임금체계 개편이 절실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금융산업은 10년 이상 된 고연차 근로자 비중이 높은 반면 신규 채용은 다른 산업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 같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연공형 임금체계”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이 어렵고 지속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직무와 성과를 중심으로 한 임금체계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단일 호봉제를 고집하는 국내 은행들과 달리 직군별로 유연한 보상을 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들의 사례가 소개됐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직원들을 20개 이상의 전문 직군으로 나눠 동일 직급이라도 직군별로 보상 체계를 달리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성과자에게 고임금을 지불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직무급 비중을 확대해 임금의 경직성을 줄이고, 절감된 재원으로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연구위원은 이어 “성과 평가를 할 때 평가의 공정성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임종룡#금융위원장#임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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