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없는 사업, 접어야할까? 포기의 적절한 타이밍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11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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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생각대로, 계획대로 되는 사업은 없다. 가장 어려운 결정은 결실도 없이 지금껏 끌어온 사업을 이제 접어야할지, 아니면 그래도 끝을 봐야할지 판단하는 일일 것이다. 영국의 테스코는 미국 슈퍼마켓 시장을 파상적으로 공략했으나 8년의 고생 끝에 1조2000억 원에 육박하는 손실을 남겼다. 잘못된 선택인 줄 알았지만 중도에 포기하지 못하고 오히려 더 몰입하다가 손실만 키웠다. 이른바 ‘몰입의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 효과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1961년 영국 BP(British Petroleum)의 사례를 든다. 당시 이 회사는 7년간의 리비아 원유개발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리비아 현지 직원들은 이 같은 본사의 명령을 어기고 채굴사업을 지속했다. 7년이나 고생했는데 조금만 더 파보자는 것이었다. 3m를 더 파고 들어가면서 BP의 역사는 바뀌었다. 전무후무한 양의 원유가 터져 나온 것이다.

손실을 최소화하고 다음 기회를 도모하기 위한 발 빠른 포기 전략도 중요하지만, BP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매진하다보면 뜻하지 않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리버풀대 연구진은 포기의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방법을 제시했다. 첫 번째,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적극적으로 직면한 문제를 제기하고 공론화할 것. 두 번째, 사업의 시작 초기부터 실패에 대비한 플랜을 면밀히 세워 지나친 낙관론을 사전에 배제할 것. 세 번째, 실패를 대비한 계획은 세우되 너무 비관적이지 말 것. 네 번째, 포기 말아야(또는 포기해야) 할 결정적인 이유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다섯 번째, 제삼자의 견해를 소중히 할 것. 여섯 번째. 너무 많은 차선책을 마련하지 말 것. 일곱 번째, 경험이 풍부하다면 직관을 믿을 것 등이다.

지지부진한 사업을 이 순간 포기하든 더 추진해 보든, 필요한 것은 우물쭈물함이 아닌 단호함과 일관된 원칙이다. 포기도 용기 있는 자의 몫이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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