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올 세계 해삼 소비액 20조원 … 한국은 양식 초보지만 최적지

  • 입력 2015년 11월 5일 09시 36분


코멘트
식용은 돌기해삼 뿐 … 한국서는 날해삼, 중국·일본서는 건해삼 즐겨

흔히 횟집에 가면 메인인 회가 등장하기 전에 에피타이저 격으로 해삼이나 멍게가 나온다. 이중 해삼은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 좌판부터 고급요리의 주재료로 다양하게 사용되는 한반도 연안의 대표적인 수산물이다.

해삼에 대한 기록은 15세기 후반 ‘세종실록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처음 나온다. 조선 8도 중 경기도, 평안도 등을 제외한 6도가 해삼의 산지로 기록돼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간간히 잡히지만 최근에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어획이 이뤄지고 있다.

해삼(海蔘)은 극피동물 해삼강에 속하는 해삼류를 통칭하는 말로 ‘바다의 산삼’이란 뜻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에서는 ‘뮈’라고 불려왔다. 해삼이란 이름을 얻게 된 것은 한의학 의서인 ‘본초학’에 해삼이 인삼에 필적할 정도의 몸에 좋다고 적히면서다.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해삼에 인삼 사포닌과 같은 계통인 홀로스린(holothurin)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규명됐다. 홀로스린의 영향으로 식물분류 상 강(綱)의 학명이 Holothuroidea이다. 공식 학명은 Stichopus japonicus이다. 서양에서는 오이와 생김새가 비슷하다며 ‘바다의 오이’란 의미로 ‘sea cucumber’라 부른다.

살아있는 해삼은 조금만 건드려도 내장을 모두 뱉어내고 딱딱하게 굳어진다. 일반인들은 해삼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위험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다. 내장을 뱉어낸 해삼을 다시 물에 넣어두면 한달 뒤엔 원상 복구된다.

전세계에 서식하는 해삼류는 100여 종 이상이다. 갯벌에서 심해까지 모든 지역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서는 29종이 출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식용으로 사용되는 것은 돌기해삼(가시해삼)이다. 나머지 해삼은 크기가 작거나 맛이 없거나 독성을 띤다. 국내에서는 돌기해삼을 날로 섭취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자연 숙성 건조시킨 건해삼을 먹는다. 국내에는 북한, 중국, 브라질, 일본, 북미 등에서 생산된 건해삼이 연간 약 2000t 수입된다. 중국산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생해삼은 육질의 특성으로 인해 소화·흡수가 다소 떨어지며, 건해삼은 생해삼을 말리는 과정에서 요오드 성분이 증가돼 소화가 잘된다.

국내에서 해삼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0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종묘시험장에서 해삼 종묘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서부터다. 생선을 양식할때 치어가 중요하듯 해삼 양식에서도 종묘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매년 10만마리의 해삼 종묘를 생산해 연안에 방류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전국적으로 도립수산시험장이 개장되면서 일부 시험장에서 해삼 종묘 생산을 시도하고 있다. 국내 해삼 양식이 아직까지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높은 해삼 종묘의 가격이 원인 중 하나다.

박종삼 해삼수산 대표는 “중국에서는 1950년대부터 해삼 종묘 생산 및 양식 연구를 실시해 왔다”며 “이미 연간 인공 종묘 생산량이 약 50억마리, 양식 생산량은 10만t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종묘 생산량은 연간 1000만마리에 불과하지만 중국처럼 해삼 종묘 가격이 내려가면 우리도 연간 10만t 이상 해삼을 키울 수 있다”며 “활 해삼 생산 단가가 ㎏당 1만원일 경우 10만t의 금액은 약 1조원”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전세계 해삼시장 중 가장 커 해삼의 90%를 먹어치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소비량의 70%를 자급자족하고, 나머지 30%는 해외시장에 의존한다. 지난해 중국에서 소비된 해삼은 10년 전에 비해 약 10배 증가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전세계 해삼 소비액이 약 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국내 해삼 생산량은 약 2148t로 중국 생산량 19만3703t에 약 1%에 불과하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월 해삼을 10대 수출 전략 품목으로 선정하고 종묘 생산 기술 확보와 해삼 양식장 확대에 나섰다. 오는 2020년엔 30억8000만달러어치를 수출할 계획이다. 전남, 충남, 강원 등에서도 해삼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인식하고 종묘 개발과 양식을 서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삼 양식이 중국과 일본에 비해 출발이 늦었지만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한반도 연안의 깨끗한 바닷물이 해삼 양식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초부터 중국 최대 수산기업 중 하나인 장즈다오그룹이 전남 진도군에 대규모 해삼 양식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중국 내 해삼 양식 기지로 알려진 다롄과 웨이하이에는 양식장이 가득 차 새로운 어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북한은 투자 환경이 열악하고 일본은 방사능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 한국이 해삼 양식 단지로 적절하다는 평가다.

취재 = 현정석 엠디팩트 기자 md@mdfact.com

* 본 기사의 내용은 동아닷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