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많고 천진했던 ‘시인 박용래’를 추억하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35주기 맞아 문인들 글모음집 발간

‘술 먹은 박용래가/대전 유성온천 냇둑/술 먹은 고은에게 물었다/은이 자네는/저 냇물이 다 술이기 바라지? 공연스레 호방하지?/나는 안 그려/나는 저 냇물이 그냥 냇물이기를 바라고/술이 그냥 술이기를 바라네’(고은 ‘어느 날 박용래’에서)

박용래 시인(1925∼1980·사진)의 삶과 문학을 추억하는 문인들의 글모음 ‘시인 박용래’(소명출판)가 나왔다.

간결한 시어로 아름다운 향토적 서정을 노래한 박 시인은 박목월 박두진 고은 이문구 등 많은 문인들과 우정을 나눴다. 책에는 고은 이근배 나태주 등이 박용래를 직접 등장시켜 쓴 시편들과 박용래의 작품에 대한 시인들의 시평 모음이 수록됐다.

김용택 시인은 박용래의 작품 ‘월훈(月暈)’을 인용하면서 “그이는 얼마나 조심스럽게 언어를 세상에 가져다가 시의 나라를 만드는가. 그는 시인으로서 가장 시인다운 삶을 산 사람”이라고 평했다. 문태준 시인은 ‘저녁눈’에 대해 “그의 시는 가난한 것과 세상이 거들떠보지 않는 작고 하찮은 것들을 세필(細筆)로 세세하게 그려내고 돌보았다”고 적었다.

눈물 많고 천진했던 시인을 돌아보는 소설가 김성동 씨의 추억 등 문인들의 회고담도 더해졌다. 시인의 딸이자 화가인 박연 씨의 그림도 함께 실렸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