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선희]‘소비자 무시’ 명품업체의 비뚤어진 콧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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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희·소비자경제부
박선희·소비자경제부
한국인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이른바 ‘명품’ 업체들은 사실 기자 입장에서는 불통기업이다. 개별소비세가 축소된 상황에서 가격을 오히려 올려 받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하기 위해 해당 기업에 확인을 요청했을 때도 납득하기 어려운 반응과 맞닥뜨려야 했다. “판매가는 회사 기밀(?)”이라거나 “인상이 아니라 조정”이란 궤변도 있었고 불과 얼마 전 이뤄진 가격 인상을 “일일이 기억 못 한다”고 잡아떼기도 했다. 이 정도는 양반이었다. 한 업체는 수십 통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끝내 답변을 거부했다.

샤넬, 크리스티앙디오르 등 최근 가격을 기습적으로 올린 일부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언급됐지만 사실 다른 명품 업체들이라고 해서 비난을 피해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개별소비세 인하로 얻은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들이 ‘꿀꺽’한 것 자체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해외 명품 업체들은 유독 한국에서는 고가(高價) 정책에 집착한다. 연례행사처럼 한 해에 2, 3차례씩 기습적으로 가격을 올리면서도 인상 관련 내역은 공개하지 않는다. 똑같은 모델의 가방 가격이 연초보다 50만 원 넘게 올라 있어도 단골 핑계인 환율이나 원가 상승을 이유로 내세운다. 물론 환율과 원가가 떨어졌다고 값을 내리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막무가내 영업’은 한국에서는 고가의 배짱영업을 해도 제품이 팔린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자신들의 제품을 아껴주는 소비자와 그 시장을 대놓고 무시하는 기만적 행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부는 이런 업체들에 두 달간 ‘알짜배기’ 세금 혜택을 준 셈이다.

뒤늦게라도 정부가 해외 명품 업체들의 행태를 알아차리고 세금을 되돌리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서 소위 ‘명품’이라 불리는 업체로서 보여줘야 할 최소한의 역할에 대한 고민 역시 뒤따라줬으면 한다. 이들을 고객을 존중할 줄 아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소비자들의 몫으로 남았다.

박선희·소비자경제부 teller@donga.com
#명품#소비세#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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