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대만, 분단 66년만에 첫 정상회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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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마잉주 7일 싱가포르 회동… 호칭은 주석-총통 대신 ‘先生’

중국과 대만이 1949년 분단 이후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한다. 4일(현지 시간) 중국 대만사무판공실과 대만의 총통실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7일 싱가포르에서 첫 회담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즈쥔(張志軍) 대만사무판공실 주임은 이날 신화통신을 통한 발표에서 “양안 지도자인 시진핑과 마잉주가 7일 싱가포르에서 회동해 양안 관계의 평화 발전에 관해 의견을 교환한다”고 밝혔다. 장 주임은 “양안 간 정치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서 실무적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천이신(陳以信) 대만 총통실 대변인도 3일 저녁 회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번 회동은 양안 간 평화를 강화하고 현재의 양안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구체적인 협정이나 공동성명은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 주석은 5, 6일 베트남에 이어 6, 7일 토니 탄 싱가포르 대통령의 초청으로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다. 마 총통은 7일 싱가포르에 전용기를 타고 가 오후 샹그릴라 호텔에서 시 주석과 회담 및 만찬을 한 뒤 당일 귀국할 예정이다.

시 주석은 이번에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중국이 ‘지방 정부(대만성)’로 취급하는 대만 최고지도자와의 회담을 받아들임으로써 대만 포용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중국이 관련 발표에서 중화민국이나 ‘타이완(Taiwan)’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고 ‘양안 지도자’로만 표현하고 서로를 부를 때도 국가주석이나 총통이 아닌 ‘선생’으로 부르기로 한 것은 양안 관계의 복잡함을 반영했다는 후문이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회담 후에 만찬도 갖는다. 장 주임은 “이번 회담은 양안 지도자의 직접적인 교류 소통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해 향후 정상회담이 정례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2008년 5월 취임 이후 중국과 3통(通), 즉 통상 통항 통신 등의 교류를 실현하는 등 양안 관계 개선에 주력해 온 마 총통으로선 시 주석과의 이번 회담이 ‘화룡점정’적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대만 정상회담은 내년 1월 16일 대만의 차기 총통 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친중 성향인 집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후보가 중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야당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에게 크게 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분단 이후 최초의 정상회담이라는 ‘큰 선물’을 마 총통에게 안겨준 것은 국민당 집권을 바라는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의 정권 탈환을 견제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측은 대만이 지나치게 중국에 접근하는 것을 우려하는 입장이다. 야당인 민진당이 4일 “선거조작과 밀실작업” 의혹을 제기하자 천 총통실 대변인이 나서 “평화를 공고히 하고 현상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지 절대 선거조작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등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대만 내에서는 마 총통 집권 이후 급속도로 진전된 양안 관계에 대한 반발도 상당해 이번 회담이 오히려 역작용을 낳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대만의 대륙위원회가 두 정상의 회담 내용을 발표할 때 일부 민간단체 회원들은 항의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마 총통은 5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담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국#대만#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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