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연말정산 미리보기’ 칭찬만 하기엔 왠지 찜찜한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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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손영일·경제부
세종=손영일·경제부
‘연말정산’이란 키워드는 4일 하루 종일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이날부터 국세청이 홈택스(www.hometax.go.kr) 사이트에서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제공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로서 당연히 궁금증이 생겨 들어가 봤다. 총급여와 10∼12월 카드 예상사용액을 입력하자 내년 1월에 진행될 2015년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금액이 나왔다. 남은 기간 동안 인적공제, 신용카드, 연금저축, 기부금 등을 어떻게 보완하면 더 공제받을 수 있는지를 상세하게 설명한 ‘절세 팁’도 꽤 유용했다.

국무총리 소속 ‘정부 3.0 추진위원회’와 국세청이 내놓은 ‘미리 알려주고 채워주는 편리한 연말정산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일단 호의적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에서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칭찬에 기분 좋을 법도 하지만 정부는 벌써 연말정산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연말정산 사태를 내년에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연말정산 문제가 불거졌을 때 “실제 결과가 나오면 예상과 다를 것”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은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설명이 부족했다”며 사과했고, 정부는 뒤늦게 보완대책을 마련하느라 야단법석을 떨어야 했다. 연말정산 사태가 기획재정부 세제실 내에 총괄·조정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기재부는 지난달에 세제실의 조정과 홍보기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정부의 대책에는 아쉬운 대목이 있다. 연말정산 파동이 남긴 중요한 숙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일은 하지만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근로소득 면세자’를 줄이는 문제다. 근로소득 면세자 비율은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전환과 연말정산 보완대책 등을 거치면서 2013년 32%에서 지난해 48%로 급증했다. 연말정산 보완대책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누구도 총대를 메려 하지 않아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 당장 욕을 먹더라도 재정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를 숨기지 않고 과감히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통이 아닐까.

세종=손영일·경제부 scud2007@donga.com
#연말정산#미리보기#칭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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