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소집된 상비군의 ‘아름다운 희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5일 05시 45분


한국야구대표팀 상비군 선수들. 스포츠동아DB
한국야구대표팀 상비군 선수들. 스포츠동아DB
김택형·고종욱 등 12명 훈련 마치고 철수
“휴가 사라졌지만 태극마크 달아 기뻤다”

이 정도로 진짜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상비군이 있었을까.

8년 만에 다시 구성된 ‘2015 프리미어 12’ 국가대표 상비군이 임무를 완수하고 철수했다. 이전에도 대표팀 상비군이 소집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 상비군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대회가 포스트시즌 종료 직후 열리는 까닭에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훈련할 인원을 꾸리기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시리즈를 치른 두산과 삼성에만 무려 11명의 선수가 포함돼 있었기에 준비과정에 도움을 줄 선수들이 꼭 필요했다.

그렇게 상비군에 차출된 선수들이 히어로즈 김택형 김하성 고종욱, SK 박종훈, KIA 심동섭 홍건희, 한화 하주석, 롯데 오승택, LG 문선재 양석환, 경찰야구단 김사훈 김도현 등이었다. 이 12명의 선수들은 한국시리즈가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되면서 주어진 역할을 모두 끝냈다. 그러나 대표팀 멤버 중 잔부상에 시달리는 선수들이 많아 3일에도 7명이 남아 함께 훈련을 소화했고, 쿠바와의 ‘2015 서울 슈퍼시리즈’ 1차전이 벌어진 4일에도 포수 김사훈은 마지막까지 대표팀 덕아웃을 지켰다. 김사훈은 “양의지(두산) 선배님이 부상 중이라 4일까지는 쉬셔야 한다. 그래서 내가 끝까지 남았다”며 “이제 곧 제주 마무리훈련에 참가해야 한다”고 웃어 보였다.

김사훈뿐 아니라 대부분의 상비군 선수들은 각자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 하루 또는 이틀만 쉰 채 마무리캠프지로 떠난다. 각자 팀에선 주요 전력으로 활약하는 선수들이지만, 시즌 종료 후에도 꿀맛 같은 휴가를 반납하고 대표팀의 ‘훈련 파트너’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런데도 불만을 갖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라도 태극마크를 달아서 기쁘다. 다음에는 진짜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KBO는 이들에게 소정의 훈련수당을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의 희생과 노력의 값어치는 눈에 보이는 금액보다 훨씬 클 듯하다.

고척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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