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을 둘러싼 팬덤

‘엑소시즘’이라는 낯설지만 신선한 소재를 다룬 영화 ‘검은 사제들’의 강동원. 로만칼라의 사제복이 제법 잘 어울린다. 사진제공｜영화사집

■ 예매율 1위 싹쓸이·OST 음원 톱…예사롭지 않는 이상 징후들

악령 쫓는 낯선 소재 호기심 자극
강동원 팬심은 막강한 티켓파워로
새 영화 관심 넘어선 일종의 ‘팬덤’
‘그놈이다’ 예매율 보다 5배나 많아

영화 ‘검은 사제들’을 향한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배우 김윤석, 강동원 주연으로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제작 영화사집)이 높은 예매율을 발판으로 상영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했다. 스타급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에 으레 쏠리는 초반 관심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분위기는 ‘팬덤’에 가깝다. 모든 예매사이트의 예매율 1위를 싹쓸이했고, 영화가 공개되지 않았는데도 주제곡은 벌써 관련 음원차트 1위에 올라 있다.

김윤석-강동원 주연의 영화 ‘검은 사제들’의 한 장면. 사진제공｜영화사 집

● ‘엑소시즘’…낯선 소재 향한 호기심

‘검은 사제들’은 가톨릭에 실제 존재하는 악령을 쫓는 ‘구마 예식’(엑소시즘)이 주요 소재다. 악귀가 깃든 소녀를 도우려는 사제 두 명이 벌이는 사투에 집중한 이야기다. 가톨릭은 물론 교황청, 엑소시즘, 사제에 이르기까지 영화를 채우는 각종 재료는 사실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다룬 적 없는 낯선 설정들이지만 바로 그런 점에서 소재에 유독 민감한 국내 젊은 관객을 매혹할 만하다.

마치 가상의 세계에 머무는 듯한 판타지 장르의 개성을 풍기지만 제작진은 한국적인 정서 역시 놓치지 않았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장재현 감독은 “괴리감이 들 수 있는 이야기라 영화의 주요 무대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상징하는 장소여야 했다”며 “고민한 끝에 서울 명동을 택했다”고 밝혔다.

● 강동원의 힘…2030세대 지지↑

주인공 강동원이 쌓은 팬덤은 이미 영화로 이어지고 있다. 세대를 아우르는 티켓파워보다 20∼30대 젊은 관객, 특히 여성 팬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그는 앞서 출연한 ‘군도:민란의 시대’, ‘두근두근 내 인생’과 견줘 이번 영화에서 비로소 자신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잘 맞는 옷을 입은 덕분에 연기력도 단연 돋보인다.

로만칼라의 사제복을 입은 강동원의 모습은 그 자체로 영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기도 하다. 강동원 역시 이런 반응을 체감하는 상황. 최근 만난 그는 “여러 영화에서 다양한 의상을 입어봤지만 사제복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강동원이 7일과 8일 부산과 대구에서 진행하는 무대인사 상영관의 티켓은 일찌감치 동났다.

● OST와 예매율…개봉 전부터 ‘들썩’

‘검은 사제들’이 만드는 팬덤의 징후는 OST를 향한 관심에서도 엿보인다. 김태성 음악감독이 만든 주제곡은 4일 현재 음원사이트 멜론 차트에서 OST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강동원이 영화에서 부르는 성가 역시 주목받고 있다. 영화 관련 콘텐츠를 찾아 즐기는 발 빠른 팬들이 상당수라는 의미다.

높은 예매율은 영화를 향한 관심의 또 다른 징표다. 4일 오후 3시 현재 34%(영화진흥위원회)로 1위에 올랐다. 일주일 동안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한 ‘그놈이다’(6.5%)보다 무려 다섯 배 높은 수치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