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잡지 만들겠다고? 주변에서 미친 짓이라고 했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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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개하는 ‘잡지’를 만들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다들 미친 짓이라고 하더군요.”

월간지 ‘Chaeg’(책)의 지은경 편집장(41)의 말이다. 지난해 11월 첫 발행된 이 잡지는 입소문이 나면서 현재 발행부수가 1만부가 넘는다. 중소형, 대형서점은 물론 아시아나 항공, 학교 도서관 등에 유료(8000원)로 팔리고 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도, 사지도 않는 무(無) 독서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책을 소개하는 잡지가 발간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는 게 출판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지 편집장의 생각은 달랐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긴 하죠. 그런데 의외로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책을 안 읽었으면서 읽은 척하는 경우도 많고요. 다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굉장히 크다고 느꼈어요. 단지 그 마음을 잘 이끌 수 있는 길잡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에 책 관련 잡지를 내게 된거죠.”

책 정보와 잡지가 합쳐지면 의외로 호응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희소성 때문이다. 실제 책을 소개하는 잡지는 극히 드물다. ‘기획회의’(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출판문화, 출판저널(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 관련 기관이 발간하는 잡지가 대부분이다. 이들 책은 일반인보다는 출판계 종사자와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 많다.

반면 Chaeg은 서평을 넣되 친구에게 ‘이 책 괜찮아’라며 소개하는 느낌으로 구성해 친밀도를 높였다. 신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실용과 오락, 지식, 감성 등과 관련한 지수도 그래픽으로 표기했다. 베를린, 도쿄, 파리, 뉴욕 속 도서관이나 서점 등 세계 속 책 문화를 현장 취재해 기획코너에 연재하는 등 책과 관련된 예술, 문화 이야기를 감각적인 잡지 디자인에 녹여냈다.

“아직 한국은 문화적으로 탄탄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요. 즐길만한 문화도 한정적이고요. 그러다보니 무언가 유행하면 모두가 그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그런 문화적 빈자리를 채울 것은 책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지 편집장)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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