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전단 제로’ 대전이 말한다… “근절 대책 없다는건 핑계일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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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매매 전단 근절할 대책이 없다고요? 우리는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2일 오후 대전 서구 타임월드백화점 주변 이면도로. 각종 유흥업소가 밀집한 거리에 다양한 광고 전단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다른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사지’ ‘키스방’ ‘안마방’ 등 음란성 전단은 한 장도 보이지 않았다. 》

대전지역 번화가이자 유흥업소 등이 밀집한 대전시청 주변도 마찬가지다. 2011년까지만 해도 대전은 유성구 봉명동, 동구 용전동, 서구 둔산동 만년동 등 유흥업소 밀집 거리마다 반라(半裸) 여성의 모습이 담긴 명함형 전단이 길거리는 물론이고 전봇대,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을 도배했다. 근처 학원가에서는 이런 전단을 얼마나 많이 모으는지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 경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당시 본보를 통해 이 같은 실태가 보도되자 같은 해 8월 경찰, 지방자치단체, 교육청은 물론 인쇄업체까지 나서 ‘음란 전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찰은 전단에 적힌 업소의 전화번호를 추적해 단속하고, 대전시 등 행정당국은 배포자를 적발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했다. 교육청은 이들을 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당국에 고발했다. 3개월 만에 전단 배포자 12명, 인쇄업자 7명, 업주 20명 등 모두 39명이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특히 대전충남세종인쇄조합의 자정결의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인쇄조합을 이끌었던 구자빈 전 이사장(52)은 조합원 400여 명에게 안내문을 보내 “청소년을 위해하는 인쇄물로 돈을 벌 순 없다”며 인쇄 요구를 모두 거절하도록 요청했다. 대전에서 음란 전단 인쇄가 가로막히자 일부는 대구 등 다른 지역에 가서 ‘원정 인쇄’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마저 자취를 감췄다. 3년 전부터 인쇄조합을 맡고 있는 이승복 이사장(62)은 “가끔 웃돈을 주며 인쇄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으나 모두 문전박대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성매매 등 음란 전단이 사라진 지 4년째. 청소년들이 유해환경으로부터 벗어난 것뿐 아니라 환경미화원들의 고충도 크게 줄었다. 대전 서구청의 한 환경미화원은 “명함전단은 물에 젖을 경우 빗자루로 수거하기도 힘들어 (과거에는) 2, 3시간 동안 허리가 끊어지도록 청소해야 했다”고 전했다.

전단 배포 단속 건수도 급격히 줄어 2013년 1건, 2014년 5건에 이어 올해 1건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단을 배포하며 성매매업소를 운영한 업자가 구속됐다. 대전지역 경찰과 행정기관은 ‘건물 내부에 배포한 전단은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다른 지역 공공기관의 해명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귀찬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전단에는 연락처가 있어 근절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당장 없앨 수 있다”며 “대전에선 단 한 장의 전단도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음란 전단과 관련해 지난해 4097건, 올해 9월까지 5591건의 전화번호 정지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전단 배포자 단속은 지난해 373명에서 올 9월까지 157명으로 크게 줄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올해는 전화번호 정지를 적극 추진 중”이라며 “배포자 단속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찰, 일산 성매매 전단 집중단속 ▼

경찰이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지역의 무분별한 성매매 전단 살포를 대대적으로 단속한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은 성범죄 전문 경찰관으로 이뤄진 합동단속반을 일산동구청 일대에 투입해 성매매 전단 살포 업자를 집중 단속한다고 3일 밝혔다.

전단 살포뿐 아니라 성매매 알선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합동단속반은 올해 말까지 1주일에 2∼3회씩 일산동구 ‘웨스턴 돔’ 상권을 중심으로 활동한다.

경찰 관계자는 “성매매 관련 단속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문제가 된 지역에 인력을 집중 투입해 일제 소탕 방식으로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doyoce@donga.com·박훈상 기자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대전#음란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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