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조영달]갈등과 소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조영달 사회부 기자
조영달 사회부 기자
3일 오전 6시 반. 기자의 휴대전화로 ‘강남구청 공보실’이라는 이름의 문자메시지가 왔다. ‘서울무역전시장(SETEC·세텍) 부지 내 제2시민청 건립반대추진위원회의 요청으로 보도자료를 e메일로 보냈으니 확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A4 용지 3장 분량의 자료에는 “서울시가 SETEC 부지에 현행법을 무시한 각종 불법을 일삼고 있다. 제2시민청 건립의 위법·부당성에 대해 2일 강남구민 403명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불법 내용은 △무허가 컨테이너·티켓박스·요금정산소·구조물·창고 설치 △집단급식소·위탁급식업소 무신고 영업 △불법 광고물 설치 등이다.

SETEC은 1999년 강남구 대치동에 문을 연 전시컨벤션시설(약 1만5000m²)이다. 서울시는 내년 4월까지 15억 원을 들여 이곳에 제2시민청(市民聽)을 건립할 예정이다. 시민청은 토론 전시 공연 강좌 놀이 등 각종 시민활동을 할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표적인 ‘시민소통 공간’으로 꼽는 곳이다. 제1시민청은 현재 서울시청 지하 1·2층에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이전투구식 갈등은 이번만이 아니다. 강남구가 공격하면 서울시가 방어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시작된 갈등은 지난해 12월 강남구 방안인 100% 수용방식으로 합의되면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삼성동 한전 부지에 들어설 현대차 글로벌 비즈니스센터의 공공개발 기여금을 놓고 난타전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수서역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수서역 일대는 판교 분당 수지와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관문으로 요지 중의 요지다. 주변에는 고속철도(KTX) 수서역세권 복합개발과 함께 강남·세곡보금자리 같은 대규모 택지조성사업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수서역 6번 출구 바로 앞 서울시 소유의 공영주차장 부지(3070m²)는 차량 80대 정도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땅에 행복주택 44가구를 짓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생각이다. 행복주택은 신혼부부, 대학생, 젊은 직장인이 입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이다. 9월 수서청소년 수련관에서 주민설명회도 열었다. 반면 강남구와 주민들은 도로 확장이나 주민들의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설명회는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은 결국 ‘불통행정’이 원인이다. 강남구가 ‘강남특별자치구’ 설치를 언급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갈등은 늘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된다.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사사건건 대립하다 보면 지역 이기주의나 민-민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서울시’ ‘강남구’ 중 어느 쪽이 잘하고 못하는지는 시민들 관심 밖이다. 다만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행정력을 이런 식으로 낭비해서는 안 된다. 협상 테이블에 둘러앉아 시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머리를 맞대고 화합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소통행정이 필요한 때다.

조영달 사회부 기자 dalsarang@donga.com
#강남#서울#setec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