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서울대 교수 “구두 신고 발 긁는 정책, 젊은이들 냉소-좌절 더 부추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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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낸 세 번째 격려 에세이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

《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52)가 신간 ‘웅크린 시간도 내 삶이니까’(오우아)를 냈다. 200만 부 이상 나간 ‘아프니까… ’(2010년),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2012년)에 이어 3년 만에 젊은 세대를 향해 낸 세 번째 ‘격려 에세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 대해 ‘내가 웅크리고 있던 시간 동안 연기처럼 자꾸만 갈라지고 흩어지는 삶을 붙들어 내 마음과 일상의 구석구석을 되돌아보면서 써내려간 기록’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그동안 삶의 조언을 원한 독자들에게 주는 답변이기도 하다. 이전 두 권의 책들처럼 ‘삶을 견디고 희망을 잃지 말라’는 책을 세 번째 낸 이유가 궁금했다.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성공을 거둔 이가 어려운 학생들의 처지를 알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스물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인생을 걸었던 고시에도 떨어졌다. 서른네 살 때까지 수입이 없었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김난도 교수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런 성공을 거둔 이가 어려운 학생들의 처지를 알겠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스물네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인생을 걸었던 고시에도 떨어졌다. 서른네 살 때까지 수입이 없었다”고 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3년 만에 신간을 낸 느낌은….

“성공한 저자들은 반드시 책을 다시 내려고 한다지만, 나는 사람들의 관심에 오르내리는 게 부담스러웠다.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수술로 아픈 나 자신에게도 위로가 필요했다.”(김 교수는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가 손상돼 몇 달 전 수술을 받고 재활 치료 중이다)

―지금 왜 이 책을 냈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낸 2010년보다 우리 사회가 더 안 좋다. 갑작스러운 불황을 겪는 게 아니라 저성장이 지속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요즘은 그때보다 냉소, 무기력, 좌절이 더 팽배하다. 우리 사회에 구조적 모순에 대한 담론은 많다. 반면 개인적인 격려에 대한 해법 제시는 여전히 부족하다.”

―요즘 학생들은 사회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불안감이 크다. 대학 들어오면 다 해결될 것 같았지만 현실은 엄혹하다. 19, 20세 학생들은 국민소득 1만 달러 시대에 태어났다. 기대 수준이 우리 세대와 다르다. 내가 젊었을 때는 1000달러에 만족했지만 지금은 기대수준이 훨씬 높다. 아이들한테 눈높이를 낮추라고 말하면 안 된다.”

―세월호, 메르스 사건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아이들에게 ‘내 힘으로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 것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좋아요’를 눌러줄 사람들은 굉장히 많지만 정작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없어졌다. 그런 부담의 총량이 (5년 전보다) 커진 느낌이다.”

―사회구조적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해결을 개인의 몫으로 돌린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떤 사회에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걸 해소해 나갈 제도와 역량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런 문제의 해법을 논하면 정파의 이해다툼으로 흐른다. (나에게도) 어느 쪽인지 자꾸 밝히라고 한다. 나는 사회 평론가가 아니다. 내 정체성은 선생님이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다.”

―청년 멘토인 ‘란도샘’으로서 청년문제 해법을 밝힌다면….

“일자리는 경제 사정의 문제이며 따로 떼서 말하기 힘들다. 불평등 구조가 해소되고 사회가 건강해지면 결혼과 출산도 쉬워진다. 하지만 현재 제시되는 해법은 너무 눈앞의 증상만 치료하는 식이다. 그래서 청년들이 정부 정책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구두 신고 발 긁는 격이 된다.”

―또 에세이를 낼 계획인가.

“당분간 안 낸다. 이번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다. ‘열심히 살자’라고 하는 게 사람들을 더 짜증나게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용기가 생기고 지혜가 더 모이면 책을 내겠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김난도#에세이#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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