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ML서 원한다면 3루수도 OK!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4일 05시 45분


소프트뱅크 이대호가 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것이다. 이대호가 밝은 표정으로 오른 주먹을 쥐어 보이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소프트뱅크 이대호가 3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것이다. 이대호가 밝은 표정으로 오른 주먹을 쥐어 보이며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33세 이대호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보장된 미래 보다 ‘꿈의 도전’ 선택

이대호, 소프트뱅크 보장연봉 47억원 포기
“나이 생각하면 지금 ML도전 마지막 기회
신인의 마음으로 새 팀이 원하면 3루훈련”

이대호(33·소프트뱅크)는 널리 알려진 대로 매우 힘든 유년기를 보냈다. 홀어머니도 아닌 고령의 할머니가 행상을 하며 야구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 손자를 뒷바라지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에 이대호는 훈련을 마치면 유니폼을 입은 채로 할머니의 손수레를 끌기도 했다. 워낙 실력이 빼어났지만, 회비도 잘 내지 못하고 감독 집에서 숙식해야 했던 소년 이대호에 대한 질투와 시기도 많았다. 친형 이차호 O2 S&M 대표의 젊음을 바친 희생도 있었다.

이대호는 프로 데뷔 직후 투수에서 야수로 변신하고, 무릎 부상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한국프로야구 최고 타자가 됐고, 일본프로야구에서도 특급 선수로 올라섰다. 여러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금, 경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선택은 도전이었다.

이대호는 3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구를 처음 했을 때부터 꿈이었던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소프트뱅크에서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했고, 외국인선수로는 무려 19년 만에 일본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팀 내 입지는 확고하며, 후쿠오카와 규슈에선 스포츠 영웅이다. 내년 시즌 소프트뱅크에서 보장 받은 연봉만 5억엔(약 47억원)이지만, ‘메이저리그 진출에 한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획득한다’는 선수 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소프트뱅크가 있지만, 마음가짐에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있었다. 이대호는 “프로선수는 연봉으로 인정받지만, 가장 큰 가치는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원하고 내가 뛸 수 있는 팀이 가장 우선이다. 새 팀이 원한다면 열심히 수비훈련을 하고 몸을 만들어서 3루도 맡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또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 나름 일본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고 싶었다. 올해 우승을 했고, 큰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행복한 야구인이다. 이제 오랜 꿈이었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크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 것 같다. 가족도 응원해줬다. 한국과 일본에선 이름이 있지만, 다시 야구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신인의 마음으로 미국에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대호는 아울러 3일 스포츠동아가 보도한 대로 메이저리그의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댄 로사노가 이끄는 MVP스포츠 그룹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일 최종적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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