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크] 박태하·하태균 “내년 또 한 번 큰 일 낸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4일 05시 45분


옌볜FC는 중국 갑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태하 감독(왼쪽)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갑리그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또 박 감독의 부름을 받은 하태균(오른쪽)은 30경기에서 26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영웅이 됐다. 스포츠동아DB
옌볜FC는 중국 갑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부임 첫 해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태하 감독(왼쪽)은 중국축구협회로부터 갑리그 최우수지도자상을 받았다. 또 박 감독의 부름을 받은 하태균(오른쪽)은 30경기에서 26골로 득점왕을 차지하며 영웅이 됐다. 스포츠동아DB
중국 옌볜FC 슈퍼리그 승격의 두 주인공
박태하 감독 “갑리그 우승은 당연한 결과”
득점왕 하태균 “잊고 있던 골맛 다시 느껴”


2015년 중국프로축구 갑(甲·2부)리그는 옌볜FC 천하였다. 17승10무3패(승점 61)로 정상에 섰다. 16년 만의 슈퍼리그(1부) 승격은 당연지사. 올해로 창단 50돌을 맞이했지만 가장 유력했던 을(乙·3부)리그 강등 후보, 그것도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변방의 팀이 거둔 엄청난 성과에 중국 전역이 들썩였다. ‘축구광’인 시진핑 국가주석이 별도 보고를 받고, 인민일보·신화통신·CCTV 등 중앙매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퍼부었다. 그 중심에 박태하(47) 감독이 있다. 사령탑 첫 시즌에 확실한 성과를 낸 그는 K리그 클래식(1부리그)과 중국 내 수많은 러브콜을 뿌리치고 2년 계약연장에 합의했다. 중국축구협회는 3일 박 감독에게 갑리그 최우수지도자상을 수여했다. 그런 박 감독이 항상 언급하는 한 선수가 있다. 2007년 K리그 신인왕으로 수원삼성에서 뛰다 올해 초 단기임대를 거쳐 완전 이적한 하태균(28)이다. 국내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한 하태균은 박 감독과 함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정규리그 30경기에서 26골로 득점왕과 팀 우승을 일구며 영웅이 됐다. 둘과의 전화 인터뷰를 대화체로 풀어봤다.

‘찰떡궁합’ 은사&애제자

박태하(이하 박)=3부로 떨어질 뻔한 우리가 극적으로 2부에 잔류했을 때, 용병 수급이 너무 급했지.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하)태균이야. 의중을 물었을 때 주저 없이 ‘함께 하겠다’고 해줬잖아. 1부도 아닌, 2부 팀에 와준다니 너무 고마웠어.

하태균(이하 하)=저도 절실했어요. 변화가 필요했고요. 1부냐 2부냐는 중요하지 않았죠. 돈도, 명예도 필요 없었어요. 그냥 많이 뛴다면…. ‘네가 가능하다면 얼마든 뛰게 해준다’는 약속에 뒤도 돌아보지 않았어요.

박=지도자마다 기준도 다르겠지만, 넌 가장 이상적인 스트라이커야. 볼을 거머쥘 줄 알고, 공간을 파고들고 중국축구에 잘 맞으리란 생각이 들었지. 언제인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상하이 선화전에서 해트트릭을 하고, 올해 초 수원의 스페인 전지훈련 때 치른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연습경기에서도 2골을 넣었잖아. 확신하고 널 뽑았어.

하=망설일 필요가 없었어요. ‘계속 출전시킨다’는 약속을 정말 지켜주실까란 의문은 들었어도(웃음).

박=팀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아. 과거처럼 패배의식에 다시 빠져들지 않을까 고민도 컸지. 초반 (원정) 3경기를 잘 버티면 10위권 진입도 가능하겠구나 싶었는데, 발전속도가 엄청났어. 내색은 안 했는데 금세 큰 꿈도 가졌지.

기본이 만든 위대한 역사

하=2월 거제도 전지훈련부터 합류했는데, 솔직히 당황스러웠죠. 수원에 있을 땐 선수단 지원이 완벽했잖아요. 반면 여기는 다소 부족했고. 그래도 제가 선택한 곳이니. 다행히 금세 안정을 찾았어요.

박=지난해 12월 부임한 뒤 구단에 요구한 몇 가지가 있어. 의식주야. 가장 좋은 걸 먹고, 좋은 곳에서 자고, 제때 용품이 나오고. 급여와 수당을 제때 주는 건 당연하지. 다행히 대부분의 요구가 수용됐지. 기본이 뒷받침되면 선수단은 성적으로 보답할 수 있으니.

하=감독님이 제게 별다른 지시를 하지 않은 것 아세요? 그런데 그게 더 부담이었죠. 공격수의 기본인 포인트로 절 증명해야 하는데…. 내심 초조했어요. 다행히 2경기 만에 첫 골이 터져 자신감으로 바뀌었지만.

박=동계훈련 때부터 널 데려온 판단이 옳았다고 느꼈어. 다만 잦은 부상은 걱정스러웠는데, 몸 관리와 자기관리가 철저한 걸 보곤 성공을 확신했어. 그라운드에서 자신이 무엇을 할지 항상 고민하고, 거들먹거림도 없었고.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에 고마웠고. 사실 용병은 이방인인데, 태균이는 먼저 다가갔잖아.

하=신기할 정도로 부상 한 번 없었어요. 시즌 내내 몸이 가벼웠어요. 예전에는 제 스스로 어리석고 과도한 플레이로 다치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것조차 없었으니. 그것도 이 팀, 감독님과 궁합인가 봐요.

또 다른 역사를 향해!

박=우리 팀 매력 포인트는 모든 걸 빨아들일 준비가 된 선수들의 순수함, 서로간의 조화,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이야. 난 이 친구들을 최대한 슈퍼리그까지 데려갈 거야. 1년간 경쟁력을 키운 우리가 최고 무대의 상대와 맞섰을 때 결과가 너무 궁금해.

하=저도 공감해요. 팀이 정말 끈끈해요. 주변에선 우리 우승을 기적이라지만 글쎄, 땀과 실력으로 일군 성과라고 봐요. 과거 중국 클럽과 몇 차례 경기를 한 기억을 떠올리면 못할 건 없어요.

박=시작은 밑바닥이었지만, 그간의 노력과 과정을 생각하면 (우승은) 당연한 결과겠지. 또 당연한 운명이고. 네가 득점왕에 오르고, 우승 샴페인을 터트리며 활짝 웃을 땐 나도 굉장히 흐뭇하더라.

하=프로선수로 우승 타이틀을 가진 이가 몇일까요? 또 득점왕은요? 여기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골 맛도 다시 느꼈어요. 그간 득점에 배가 많이 고팠어요. 예전에는 골에 대한 간절함이 덜했는데, 여기선 한 골 넣으면 더 득점하고 싶고. 여기서 받은 무한한 사랑에 보답해야죠.

박=
그래, 내년에도 올해처럼 많은 지시를 하지 않을 거야. 알아서 잘할 테니. 또 한 번 큰 일 해보자고. 우린 충분히 자격이 있다. 잘 버티고, 위기를 이겨내고, 한 걸음씩 나가다 보면 합당한 결과가 나오지 않겠어?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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