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민’ 강조한 北 김정은, 아이들 영양실조 알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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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5세 미만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은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 상태라고 세계식량계획(WFP)이 어제 밝혔다.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쌀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의 수확량이 평년보다 10∼15%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어린이를 포함한 취약계층의 고통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때 ‘인민’을 97번이나 언급한 김정은의 기념사가 무색해지는 참담한 상황이다.

엄마 배 속에서부터 두 살이 되기까지 약 1000일 동안 제대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면 이후 아무리 잘 먹어도 회복이 불가능하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들은 비타민과 무기질 부족으로 지능 발달과 학습 능력 저하, 실명, 기형이 일어날 수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에 태어나 심각한 영양 결핍을 겪은 20대 북한 남성의 평균 신장은 165.4cm로 남한의 174.2cm(2010년 기준)보다 10cm가량 작아 다른 종족처럼 돼 버렸다.

주민들을 배불리 먹일 능력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와 한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발표하면서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母子)패키지 사업’을 제안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이 북남관계 개선의 선차적 고리가 아니다”라며 격렬히 비난했을 뿐이다.

통일부는 대북 지원 실적이 없는 단체도 인도적 지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완화하면서 지원 확대에 힘쓰고 있다. 북한이 5·24제재 조치 이전처럼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고위급 회담 등 남북 교류에 적극 호응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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