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코리아문화수도 시흥]21세기 르네상스 시흥에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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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여성을 형상화한 야간 조명이 영국 리버풀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2008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된 리버풀은 지금까지도 영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문화수도’로 자리잡고 있다. 2016 코리아문화수도로 선정된 경기 시흥시에서도 내년에 이런 화려한 조형물을 즐길 수 있다. 시흥이라는 도시를 캔버스로 삼아 국내외 예술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늑대와 여성을 형상화한 야간 조명이 영국 리버풀의 밤하늘을 밝히고 있다. 2008년 유럽 문화수도로 선정된 리버풀은 지금까지도 영국 국민들의 마음 속에 ‘영원한 문화수도’로 자리잡고 있다. 2016 코리아문화수도로 선정된 경기 시흥시에서도 내년에 이런 화려한 조형물을 즐길 수 있다. 시흥이라는 도시를 캔버스로 삼아 국내외 예술가들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아름다운 전경.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어류와 염생식물 등 자연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시흥 갯골생태공원의 아름다운 전경.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골과 옛 염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다양한 어류와 염생식물 등 자연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 제공

《2016년 대한민국의 문화 지형을 바꿀 새로운 초대형 문화운동이 시작된다.
유럽에서 시작돼 아랍과 아메리카로 확산된 ‘문화수도’ 운동이 내년에 경기 시흥시에서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다. 국내에선 생소한
문화수도란 정치수도나 경제수도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말 그대로 문화의 수도를 표방한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는 특정 도시와
결합된 붙박이 개념인 반면, 문화수도는 매년 도시를 옮겨 다니는 게 특징이다. 한 지역, 한 도시를 특정해서 1년간 문화예술의
생산과 향유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규모 문화프로젝트이자 문화운동이다. 문화수도운동은 문화를 통한 도시 발전과 도시 재생, 그리고
문화 복지의 확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85년 그리스 아테네서 시작


최초의 문화수도는 1985년 그리스 아테네였다. 그리스 문화부 장관 멜리나 메르쿠리와 프랑스 문화부장관 자크 랑의 주도로 유럽연합(EU)의 정치경제적 통합에 앞서 유럽인을 하나로 연결하는 문화적 연대를 위해 창안된 것이 유럽문화수도 사업이었다. EU의 문화수도 사업은 유럽위원회의 교육문화다국어청소년 커미셔너의 책임 아래 치러진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유럽문화수도 사업은 그동안 52개 도시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올해는 체코의 플젠과 벨기에의 몽스가 선정돼 세계인의 관심 속에 연중 문화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유럽위원회는 이 사업의 성과로 도시 재생, 개최 도시의 국제적 위상 제고, 평균 12%에 달하는 관광산업 성장, 일자리 창출, 예술가와 문화공간의 창조와 발전, 도시 주민의 자긍심 고취, 문화생활의 활력 제공 등을 꼽는다.

유럽문화수도 운동이 성공하자 1996년 아랍에서도 문화수도 운동이 시작됐다. 아랍문화수도는 유네스코 문화수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랍연맹의 주도로 진행된다. 이집트 카이로를 처음으로 올해 알제리 콘스탄틴까지 20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아랍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아랍 내 협력을 촉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어 미주에서도 2000년 문화수도가 생겨났다.

첫 ‘코리아문화수도’는 경기 시흥시

국내 문화수도운동은 2014년 3월 발족한 코리아문화수도조직위원회(이사장 김석은)가 주관하고 있다. 조직위의 슬로건은 ‘해마다 서울을 옮깁시다’. 조직위는 첫 문화수도 선정을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만큼 도시들로부터 제안을 받는 신청방식이 아닌 초대방식을 적용했다. 조직위는 ‘2016 코리아문화수도’ 초대도시로 제주와 수원, 시흥을 선정해 사전협의를 진행한 결과 지역의 문화복지 및 문화역량을 신장시키는 효과가 가장 높은 시흥시를 올 4월 최종 확정했다. 선정위원회는 김석은 이사장과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국악인 안숙선, 배우 이순재, 시인 고은, 건축가 김원 등 6인으로 구성됐다.

조직위는 국내 문화수도 운동이 유럽이나 아랍 등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유럽이나 아랍 등이 대륙 단위에서 진행되는 것과 달리 아시아가 아닌 국내 도시에 한정해서 진행되는 점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아시아는 아직 대륙 단위에서 문화수도를 선정하고 지원할 기구가 조직되지 않아 우선 국내에서부터 시작하게 됐다”며 “아시아 각국의 지원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 역량만으로 하는 만큼 국내 문화계와 국민들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수도 서울을 벗어난 지방 도시에 전국의 문화예술 자원과 역량이 한 해 동안 집중되는 것이다.

김동호 선정위원은 “문화 예술을 가꿔가는 전국 도시들을 찾아 차례로 문화수도 운동을 펼치면 우리나라 전체가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삶의 질이 높아져 문화 융성을 이루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올해와 내년은 시간이 부족해 초대방식으로 문화수도를 선정하지만, 2018년부터는 공모에 의한 경쟁심사를 통해 선정할 방침이다.

영국 리버풀, 1500만 명 유치 대성공

2008년 유럽 문화수도가 된 영국 리버풀은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전 세계를 한 도시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진행된 리버풀 행사는 연간 276개의 하이라이트 공연을 비롯해 129개의 신작공연 발표, 830개 이벤트 등 7000여 개의 문화예술 활동이 펼쳐졌다. 예술가 1만여 명, 일반인 16만여 명, 학생 6만7000여 명, 자원봉사자 4000여 명, 온라인 홍보대사 8000여 명이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인구 44만 명으로 2000년대 초까지 유럽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 25%에 들던 리버풀은 한 해 동안 무려 1500만 명이 방문하는 잭팟을 터뜨렸다. 영국 국민의 65%가 ‘리버풀 문화수도’를 인식했고, 영국 문화예술인의 51%가 ‘리버풀이 세계정상급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리아 문화수도 선정위원을 맡은 안숙선,김석은, 고은, 김원,김동호, 이순재(왼쪽위부터 시계 방향).
코리아 문화수도 선정위원을 맡은 안숙선,김석은, 고은, 김원,김동호, 이순재(왼쪽위부터 시계 방향).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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