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국정화 비판 여론을 공정성 강화 계기로 삼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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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재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이은재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정부가 역사 교과서 발행 체제를 국정으로 바꾸려 한 조치를 두고 여야 또는 보수·진보 진영 간 논쟁으로 온 나라가 혼란스럽다. 여당과 야당은 서로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고 일부 역사학자는 국정 교과서 집필 참여 거부 선언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싸움이 과연 진정 국민의 뜻이며 국민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 대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와 여당에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본다. 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찬반 비율이 거의 비슷하거나 최근에는 반대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현재의 검정 체제가 갖고 있는 한계와 문제점을 보다 명확하게 설명해 국정화로 바꾸는 불가피성과 당위성에 대해 국민을 우선적으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야당이나 집필을 거부하는 역사학자들도 전향적이고 건설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역사학자들은 적극적 자세에서 학문적 양심에 따른 집필 참여를 통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가 기술되도록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역사적 사실은 학자들 간에 충분한 학술적 논의를 통해 다양한 시각을 반영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낸 이후에 교과서에 실으면 될 것이다. 정부·여당에서 주도하는 일이라거나 이념 지형이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은 한국의 토론문화 부재와 정치적 후진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국정화는 어떤 식으로든 정당한 법률적 절차에 따른 발행 체제의 변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적 정당성을 가진 교육부의 국정화 고시에 대해 무조건 반대만 하고 발간되지도 않은 교과서 내용을 미리부터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만일 국정화라는 발행 체제에 문제가 있다면 정치권에서는 국정화의 법률적 근거가 되는 교육법, 이에 따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그리고 초·중등교육법에 대한 개정 등 역사 교과서의 발행 체제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여 차제에 이를 바로잡는 것이 국론 분열을 막는 지름길이다. 그렇지 않고 앞으로 발행될 국정 교과서 내용이 문제라면 새로운 교과서가 보급될 2017년 연말에 대선이 있는 만큼 이를 국민의 심판에 맡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비판 여론을 향후 역사 교과서 집필 과정에서 더욱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민생 안정과 경제 활성화가 시급한 우리 현실에서 국정화를 두고 더이상의 소모적인 국론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에서 우선 국정화의 필요성과 정당성에 대해 국민에게 보다 더 진솔한 자세로 설득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은재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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