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서 1시간으로 늘어난 단독회담… 아베 “할말 다 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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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정상회담]안보-경제 무슨 얘기 오갔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 “뭘 더 기다려야 하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이옥선 할머니(89)가 한일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던 중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뭘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광주=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위안부 피해 할머니 “뭘 더 기다려야 하나” 위안부 피해 할머니 후원 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이옥선 할머니(89)가 한일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던 중 얼굴을 찌푸리고 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신속한 타결을 위해 협의를 가속화하기로 했다는 결과가 나오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뭘 더 기다려야 하느냐”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광주=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일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협력의 가능성과 인식의 차이를 동시에 확인한 자리였다. 한일 정상은 안보와 인적 교류, 경제 분야에서 협력 강화에 뜻을 모았지만 시각차가 두드러진 분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본은 납북자 문제와 남중국해 대립 등 자국이 의제로 여기는 사안에 대해 직설적으로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 한반도 통일 논의 빠진 정상회담

한일 정상회담 후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핵 등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을 평가하고 다자 차원에서도 북핵 문제에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일본 관방부장관은 서울 롯데호텔에서 일본 기자들을 만나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기 위한 한미일 안보협력의 긴밀한 연계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는 1일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선언에서 △한반도에서 핵개발 확고히 반대 △한반도 긴장 조성 행위 반대 △한반도 분단 극복 노력 지지 등을 담은 수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특히 9월과 10월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왔던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는 대목도 없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반도 문제를 논의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북한의 급변사태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파견 논란이 재연될 것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일본 문제를 오래 다뤄본 전직 고위 외교당국자는 “핵심 주변국인 일본의 블레싱(blessing·동의를 의미) 없이 통일을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은 경제 문제에 대한 협력 의지는 분명히 했다. 무엇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 등 동아시아 지역 경제 통합 과정에서 협력을 지속하기로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결정을 내릴 경우 FTA, RCEP 협상에서 유지해 온 한일 통상 협력 관계를 TPP에서도 이어가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한국의 TPP 참여 검토 동향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아베 총리, 하고 싶은 말 다 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주요 관심사인 납북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도 의제에 올렸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아베 총리가 ‘남중국해 문제는 국제사회의 공통 우려사항’이라며 ‘미군의 행동(미 군함 남중국해 파견)은 국제법에 합치하는 것으로 즉시 지지를 표명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아베 총리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바다를 지키기 위해 한국 및 미국과 연계해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한미일 3국이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자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관련국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선에서만 대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차원에서 △항행의 자유 보장 △남중국해 행동선언 준수 등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혀온 만큼 추가 대응은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또 하기우다 부장관은 “일본이 주장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아베 총리는 제대로 주장했다”고 말했다. 여기엔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해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명예훼손 혐의 소송,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11년 3월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 수산물에 대해 2013년 9월부터 수입을 금지했다. 일본이 올해 8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분쟁 해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은 세월호 사고 당시 박 대통령 행적을 문제 삼은 기사(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26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일본 내 보수적 지지층을 의식한 국내용 메시지로 해석된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일본#아베#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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