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70주년 한진그룹, 故 조중훈 회장 전기 펴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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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6개월간 40여명 만나 기록

1972년 4월 19일 오후 하와이 호놀룰루 공항은 태평양 횡단의 첫 임무를 띤 대한항공 KE002편 B707 여객기가 활주로에 바퀴를 내리자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는 교민들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조중훈은 태극기를 흔들고 있는 교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일제의 강압에 못 견뎌 정든 고향을 등지고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단한 삶을 견뎌온 동포들에게 태극마크가 새겨진 국적기는 국력의 표상이자 그들의 자랑이었다(이임광 지음, ‘사업은 예술이다’(사진) 중).

한진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이 미주노선에 처음으로 여객기를 띄운 당시의 모습이다. 1945년 11월 1일 ‘한진상사’로 시작한 한진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맞아 창업주인 고 조중훈 전 한진그룹 회장의 전기를 2일 발간했다. 전기 집필은 미국 경제경영지 ‘포브스’ 한국판 기자 출신인 이임광 전기작가가 맡았다. 4년 6개월 동안 40여 명의 그룹 원로 및 지인을 인터뷰해 컬러 사진과 함께 전기에 담아냈다.

자동차 정비공장을 운영하다가 조선총독부의 ‘기업정비령’으로 공장을 일본 군수업체에 뺏긴 조 전 회장은 광복이 되자 그간 모은 돈으로 트럭 한 대를 장만해 인천 해안동에 ‘한진상사’ 간판을 내걸었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스물다섯. ‘한진’은 ‘한민족의 전진’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이다.

6·25전쟁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주한 미8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맺으면서 미군으로부터 신뢰를 쌓았다. 당시 트럭 운전기사가 수송을 맡은 미군 파카를 무더기로 팔아먹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조 전 회장이 미군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사채 3만 달러를 빌려 남대문시장에 장물로 나온 파카 1300벌을 되사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이렇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진상사는 베트남전에서 미군과 군수물자 수송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조 전 회장은 이후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적자가 막대했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오늘날의 대한항공으로 탈바꿈시켰다. 1972년 한진상사가 ㈜한진으로 이름을 바꿨고, 1977년 한진해운이 출범하면서 육해공을 가리지 않는 국내 유일의 수송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여객수송 세계 17위, 화물수송 3위에 올랐으며,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선복량(적재량) 기준 세계 8위 규모로 성장했다. 조 전 회장은 2002년 11월 타계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한진그룹#조중훈#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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