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체 배만 불려준 소비세 인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20곳중 가격 내린 업체는 1곳뿐… 샤넬-디오르등 7∼10% ‘배짱 인상’

한동안 잠잠하던 명품업체들의 가격 인상이 최근 다시 잇따르고 있다. 개별소비세 부과 범위가 축소된 상황에서 값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올리는 ‘거꾸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2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티앙디오르는 지난달 말 가방 등 일부 인기 제품 가격을 10%가량 ‘조용히’ 인상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두 차례에 걸쳐 5∼8%가량 가격을 알음알음 올렸던 프라다는 하반기 들어서 대표 제품인 사피아노 라인을 중심으로 10% 가까이 또 값을 올렸다.

이번 인상으로 크리스티앙디오르의 대표 제품인 ‘레이디 디오르’는 기존 480만 원에서 510만 원(6.2%)으로 올랐다. 프라다의 ‘사피아노 BN1801’은 올 초만 해도 230만 원이었으나 3월 242만 원(5.2%)으로 올랐고 현재는 279만 원(15%)에 판매되고 있다. 샤넬도 1일부터 ‘2.55빈티지’ ‘그랜드쇼핑’ 등 인기 제품들의 가격을 7%가량 올렸다.

8월 말 정부는 소비 활성화를 위해 시계 가방 모피 보석 등의 개별소비세 부과 범위를 기존의 200만 원에서 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300만 원짜리 가방의 경우 이전에는 200만 원을 초과하는 100만 원에 대해 20%의 세금(20만 원)이 붙었으나 현재는 없다. 내야 할 세금이 줄었으니 판매가도 당연히 내려가야 하지만 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2일 입수한 한 백화점의 명품관 가격변동 자료에 따르면 개소세 축소 이후 20개의 명품업체 중 가격을 내린 곳은 시계 브랜드 단 한 곳으로 5% 인하된 것으로 나왔다. 13곳은 가격인하 사항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6곳은 판매가 공개조차 거부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아동학과)는 “개별소비세 축소에도 가격을 내리지 않아 기형적인데 가격 인상까지 한다는 건 소비자뿐 아니라 시장 자체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개소세 축소를 일괄적으로 할 게 아니라 세부적으로 분류하는 등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명품#소비세#샤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