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면접서 국정교과서 찬반 질문…이념 보고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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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1월 2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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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인턴 면접서 국정교과서 찬반 질문…“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영업관리직 직무를 수행함에 이러한(국정교과서 찬반) 질문을 받는다는 것이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정규직 전환형 인턴 2차 면접에서 탈락한 한 응시자가 지난달 30일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이 탈락 원인인지 알고 싶다’며 소셜미디어에 문제를 제기해 논란이 됐다.

이 응시자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면서 강한 의지를 표하신 국정교과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솔직한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됩니까”라고 반문 후 “역사를 바라보는 눈은 다양해야 하기에, 국정교과서는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에 면접관은 “그래서 국정교과서에 찬성이에요, 반대에요?”라고 다그치듯 물었고, 응시자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제가 찬성하거나 반대한다고 달라지지 않는다”며 “2017년 첫 출간되는 국정교과서가 올바르게 만들어질지 국민들이 비판과 견제의 시각으로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응시자의 면접 결과는 최종 탈락. 해당 글을 게시한 지원자는 “1차 면접부터 언변이 우수하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결국 떨어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국정교과서 관련 답변’이 면접 탈락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공식 답변을 듣고 싶다”고 회사 측에 요청했다.

이 글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2일 아모레퍼시픽 경영지원부문 배동형 부사장은 “지원자와 아모레퍼시픽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내용의 입장을 밝혔다.

배 부사장은 “해당 질문은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기술,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지원자의 성향은 합격 여부에 절대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채용 구조상 특정 면접관의 특정 질문 하나에 의해 응시자의 합격 여부가 결정될 수는 없다는 것.

배 부사장은 “앞으로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채용과 관련된 모든 과정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인사 담당자 및 면접관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련 게시물에 댓글을 단 누리꾼 대다수는 ‘해당 직무와 어울리지 않은 질문이었다’고 지적했다.

한 누리꾼은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사상 검증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중국 시장 진출 후 회사가 잘나가니 심한 갑질을 한다”고 꼬집었다.

면접 질문은 기업의 고유 권한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질문이 무엇이 됐건 소신대로 대답하고 결과에 승복하면 그만”이라며 “국정교과서 문제는 절대 물어봐선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라도 있느냐”고 주장했다.

아모레퍼시픽.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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