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영화-드라마 출몰하는 신설동 ‘유령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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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지로 각광받는 비공개 명소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유령역사’(위쪽 사진)와 용산철도병원의 모습.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두 곳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영상위원회 제공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유령역사’(위쪽 사진)와 용산철도병원의 모습.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두 곳은 드라마와 영화의 촬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서울영상위원회 제공
서울지하철 2호선 신설동역 지하 승강장. 한쪽 구석의 굳게 닫힌 보라색 철문을 열면 지하 3층으로 이어진 돌계단이 나온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면 숨겨졌던 또 다른 지하철역이 눈앞에 펼쳐진다. 1974년 완공됐지만 지하철 노선 계획 변경으로 폐쇄된 ‘유령역사’다.

현재 군자차량기지로 입고되는 차량의 통로로 사용 중인 신설동 유령역사는 일반 시민들에겐 공개되지 않는 장소다. 하지만 드라마 관계자와 영화인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명소’다. 1970년대 지하철 역사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어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기 그룹 엑소(EXO)의 뮤직비디오와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이 바로 이곳에서 촬영됐다.

1일 서울영상위원회에 따르면 시민들의 발길이 허락되지 않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 명소가 서울시내 곳곳에 숨어 있다. 옛날에는 광화문이나 남산, 청계천 등이 주요 영상 촬영지로 인기를 끌었지만 스릴러, 공상과학(SF) 등으로 장르가 세분화하며 촬영 장소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일제강점기 철도기지로 개발됐던 용산철도병원도 대표적인 숨은 촬영지다. 용산철도병원은 중앙대 용산병원의 연구동으로 사용되다 중앙대병원이 동작구 흑석동으로 이전하면서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 있다. 근대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2008년 등록문화재 제428호로 지정됐다.

옛 병원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용산철도병원은 1970, 80년대 병원의 모습을 재현하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에 주로 쓰이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 ‘쎄시봉’과 5일 개봉을 앞둔 ‘검은 사제들’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초대형 파이프와 굴뚝이 설치돼 있어 가까운 미래의 모습이나 추격신을 찍기에 제격인 장소도 있다. 서울 양천구 목5동에 있는 SH공사 집단에너지 사업단은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지역난방시설이지만 단지 내 다양한 시설물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촬영지로 적격이다.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을 소재로 한 영화 ‘판도라’와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이 집단에너지 사업단에서 촬영된 대표작이다. 발전시설물이라 SH공사와 영상위의 허가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하다.

이 밖에 어둡고 긴 터널이 있는 강남구 일원동 탄천물재생센터와 첨단 회의시설이 갖춰진 마포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첨단산업센터 대회의실도 숨은 촬영 명소로 꼽힌다. 서울영상위원회 관계자는 “시대별로 서울 내 영화와 드라마 주요 촬영지가 점차 변화하고 있다”며 “서울의 영화 명소들이 해외의 영화, 드라마 촬영 장소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어 관광 한류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촬영지#신설동#유령역#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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