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대 수출 주력품목중 10개 성적 뚝… “2016년이 더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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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무역 1조 달러’]<上>회복 조짐없는 한국수출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이 계속 큰 폭으로 뒷걸음질을 치면서 경제 전반에 큰 충격파를 안겨주고 있다. 최근 수출 부진이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현상인 데다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를 수출에 의존할 정도로 한국 산업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무역액 1조 달러 회복은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 기업의 수출을 옥죄는 대내외 경제 환경이 당분간은 쉽게 호전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의 지속 등 각종 리스크가 상존해 있어서 한국 수출에 대한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 대내외 악재 중첩… 전망도 어두워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수출액은 4403억 달러, 수입액은 3675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은 7.6%, 수입은 16.5% 감소했다. 작년 1∼10월에는 수출과 수입이 각각 2.8% 증가했다. 1년 만에 수출과 수입이 동시에 곤두박질치면서 교역 규모가 급감한 것이다.

특히 최근의 수출 부진은 일단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와 엔화 약세, 유가 하락 등 다양한 외부 요인들이 중첩돼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중국 등 후발 업체의 추격과 국내 주력 수출품의 경쟁력 하락, 적절한 정부 정책의 실패 등 내부적인 요인도 가세하며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전체 대외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성장 둔화는 한국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의 주력 수출제품들은 암울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13대 주력 수출품목 가운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이 늘어난 제품은 무선통신기기(8.4%)와 반도체(3.7%), 컴퓨터(2.6%)에 불과하다. 중국 등 경쟁국과 경합이 치열한 자동차(―5.8%)와 철강(―13.1%), 석유화학(―21.6%), 섬유(―10.9%), 평판디스플레이(―5.4%) 등의 수출은 빠르게 줄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이 예전보다 못하다는 점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한국은 지난 10여 년간 주력 수출산업이 거의 변하지 않았고 수출 지역도 신흥국에 너무 집중됐기 때문에 세계 교역 둔화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충격이 더 컸다”며 “앞으로도 미국 금리 인상, 중국 경기 둔화 등으로 신흥국 경기가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제품·시장의 다양화, 차별화로 극복해야”

이처럼 한국의 교역액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한국의 주력 산업 곳곳에서는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정유·화학업계는 중국 경기 침체 및 생산 능력 확대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았다. 중국 경기가 얼어붙으며 국내 정유업계가 생산한 경유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국 증시 폭락 이후 경유 마진이 급락하면서 3분기(7∼9월) 거의 적자를 봐가며 싱가포르 시장에 덤핑 수출을 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는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해양플랜트에서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저유가로 시추업체들이 개발 프로젝트를 연기하는 데다 국내 조선업체들의 설계 역량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미국 퍼시픽드릴링은 삼성중공업에 5억 달러짜리 드릴십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산업계의 비명이 들리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1일 브리핑에서 “수출이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세계적인 경기 침체 때문에 많은 나라들도 수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며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신규 수출시장 개척이 필요하다”며 “또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과 제품을 차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주력 수출품목의 고부가가치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정부가 적극적이고 과감한 구조조정 지원을 통해 산업 경쟁력의 조속한 회복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강유현·유재동 기자
#무역#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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