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단독-확대회담… 아베 “의미있는 회담 하고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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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한일 정상회담]아베, 9년만에 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한국 방문 일정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리 총리는 꼬박 만 이틀을 한국에 머물며 한국민과의 교류에 시간을 할애한 반면 아베 총리는 한국에 있는 28시간 동안 자국민만 만나며 일정을 최소화했다. 두 정상의 동선을 살펴보면 최근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리 총리, 한국민 교류에 집중

리 총리는 지난달 31일 한중 정상회담과 공식 만찬에 참석한 뒤 1일 국회를 방문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 관광의 해’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어 경제 4단체장이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했다. ‘공식방문’인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만찬과 함께 경제 4단체장 오찬까지 포함되는 일정이다.

리 총리는 귀국하는 2일에도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면담이 예정돼 있다. 이어 한중 청년 지도자 포럼에 참석한 뒤 귀국 직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를 지지한다는 의미에서 마련된 일정이라고 한다.

○ 아베 총리, 상대적으로 조용한 일정

반면 아베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중일 정상회담 등 공식 일정 외에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2일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수행원들과 ‘오찬’을 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게 전부다. 당초 검토했던 일본인 운영 요리교실이나 음식점, 일본인 학교 방문과 별도의 공식 기자회견은 검토했다가 취소했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가 자칫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시위대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기는 2012년 12월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2006년 처음 집권했을 때는 취임 13일 만에 방한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9년 전 방한 때와 달리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이 수행했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지난해 고노 담화에 대해 “역할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일본 취재진은 아베 총리의 방한을 취재하기 위해 전용기에 동승한 17명을 포함해 50여 명이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 주재하는 특파원과 한국인 스태프를 포함하면 총 140여 명의 일본 언론 취재진이 아베 총리의 서울 일정을 취재하겠다고 신청했다.

○ 청와대 “한일 정상회담, 낙관도 비관도 없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2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청와대에서 열린다. 30분간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먼저 한 뒤 확대정상회담이 1시간 정도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한국 정부가 오찬 없이 30분간 회담을 제안해 일본 정부가 불만을 표시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의식한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단독과 확대 구분 없이 100분간 한 것도 한일 정상회담 시간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는 1일 오전 출국하기 직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일한(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에 (박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게 된 만큼 의미 있는 회담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전된 해법을 내놓을지, 기존 발언을 되풀이할지가 한일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낙관도 비관도 할 필요 없다. 일단 기다려보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베 총리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그러나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완전히 해결됐다는 주장을 견지하면서 새로운 사죄나 보상에는 응하지 않을 태세”라며 “다만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는 기존 방침과 ‘고통을 겪으신 분들을 생각하면 매우 가슴이 아프다’는 취지의 언급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1일 한일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양국의 현안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에 대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 등 의제에 대한 최종 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윤완준 기자 / 도쿄=배극인 특파원
#한일 정상회담#정상회담#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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