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의]“日 태도 변해야 회의 정례화”… 中 반발에 공동선언 진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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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복원’ 3국의 득실

3년 6개월 만에 재개된 한중일 3국 정상회의는 대립하고 반목했던 3국 간 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단초를 열었다는 점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3국 관계의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룰 수 있었다는 것.

다만 영토 문제, 과거사 문제 등 핵심 이슈에 대한 3국의 인식차는 여전히 커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직간접으로 과거사 해결을 촉구했지만 일본의 호응은 없었다. 대다수 전문가가 2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이 순탄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정상회의 직전에야 타결된 공동선언


3국 정상이 1일 발표한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은 이날 정상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문안 조율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만큼 3국 간 신경전이 치열했다는 얘기다. 외교 당국자는 “이날 오전까지 3국 외교부 부국장급이 모여 자구(字句) 조정을 했고 정상회의 직전에야 타결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안 협의 중이던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 심의관은 이날 오전 한일 외교장관회담 배석자로 지정돼 있었으나 회담에 참석하지 못했다.

문안 조율이 늦어진 배경에는 공동선언에 명기된 ‘3국 협력의 완전한 복원’ ‘3국 정상회의 정례화’와 관련해 중국 측의 반대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매년 정상회의를 약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리 총리는 이날 정상회의 모두발언과 공동기자회견의 상당 부분을 일본의 역사 문제 해결 촉구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이 “갈등과 반목을 가져오는 문제들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고 에둘러 표현한 것과 달리 리 총리는 “협력은 역사를 비롯한 민감한 문제를 처리하는 토대 위에서 이뤄진다” “역사 문제에 대한 공동인식은 상호 신뢰의 기반”이라며 직설적인 표현을 구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아베 총리는 비공개 정상회의에서 역사 문제에 관해 “특정 과거에만 초점을 맞추는 자세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말해 한중 양국을 견제했다고 지지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공동선언에 담긴 ‘역사를 직시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는 정신을 바탕으로 3국이 협력한다’는 문구는 올해 3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발표문과 내용이 같다. 하지만 정상급으로 격(格)이 격상됐다는 점에서 무게감은 다르다.

○ 회의 개최 자체가 선물인 일본

일본은 3국 정상회의 개최 자체를 성과로 보는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취임 직후부터 줄곧 희망해온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3국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일본은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으로 향하기 직전 하네다 공항에서 ‘이번 회담의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3년 반 만에 3국 정상회의가 열려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일본은 연례 개최 원칙상 내년 의장국을 넘겨받는다.

중국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경제 협력을 강화하고 인문 유대의 폭을 넓히기로 한 것이 성과다. 일본과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복원의 입구는 열어 놓았다. 이날 일본 대표단에는 최근 중국을 방문해 아베 총리의 방중 교섭을 담당했던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동행해 물밑 접촉이 이어지고 있음도 시사했다.

○ 한국, 동평구 문제에 중일의 지지 받아

한국은 박근혜 정부의 대외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해 중일 양국의 공개 지지를 받았다.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 “한반도에 긴장 조성,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행동에 반대” 등 사실상 북핵 반대에 대한 3국 공조를 이끌어낸 것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속 가능 개발과 국제사회 공헌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한 내용이 한미 양국이 강조하는 분야와 상당히 겹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대응 △신종 감염병 보건 협력 △악성 사이버 행위, 테러리즘 대응 등은 한미 정상이 지난달 회담에서 강조한 ‘뉴 프런티어(새로운 지평)’와 맥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비정치적 분야에서 한미중일의 협력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한중일 정상회의#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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