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아파트 집단대출 과열 조짐에 건전성 검사 전격 착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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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농협 이어 4일 KB도 실시… 부동산 활황 꺾일때 부실화 우려
다른 시중-지방銀으로 확대키로

10월 23일자 B3면.
10월 23일자 B3면.
금융당국이 아파트 분양시장 활황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는 집단대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중은행들에 집단대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일부 은행을 대상으로 집단대출에 대한 건전성 검사에 착수했다. 과열 조짐을 보이는 집단대출이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이 꺾일 때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을 대상으로 집단대출에 대한 건전성 심사를 벌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대해서도 4일부터 종합검사를 실시할 때 집단대출 부문을 함께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통해 은행들이 집단대출 시 대출심사를 제대로 했는지,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방침이다. 또 순차적으로 다른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집단대출 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집단대출은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집단으로 나가는 대출로, 분양 시점에서 받는 중도금대출과 입주 시점에 신청하는 잔금대출 등으로 나뉜다. 이미 계약금을 납부한 아파트 분양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대출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지 않으며 대출금리도 일반 대출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집단대출은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9월 말 현재 72조7898억 원으로 8월 말(71조1454억 원)에 비해 1조6444억 원 급증했다. 전년 동기(70조2259억 원)에 비해서는 2조5639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뜨겁게 달아오른 아파트 분양시장의 영향이 크다. 분양 아파트에 수요자가 몰리고 건설사들도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아파트 신규 분양물량은 49만 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00년부터 작년까지 평균치(27만 채)의 1.8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향후 부동산 시장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집단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 분양된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는 2, 3년 뒤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경우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입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다. 2011년에도 일부 지역에서 입주거부 사태가 이어지며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았던 바 있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집단대출 급증세 관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온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의 건전성을 적극 감시하는 쪽으로 돌아선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을 재연하는 듯한 조짐이 있다”며 “대출 취급단계에 문제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장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김준일 기자
#금융감독원#금융#대출#아파트#집단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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