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세종문화회관에 대관 신청…공연기획사 ‘라이브’의 도전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일 07시 05분


가수 조용필. 사진제공|PMC네트웍스
가수 조용필. 사진제공|PMC네트웍스
■ 1995년 11월 2일

한류를 타고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는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시장을 키우며 대중문화는 이제 어엿한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한류가 꽃을 피우기 시작하기 이전인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중문화는 ‘품위 없는 상업적 문화’라는 일부의 선입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995년 오늘, 공연기획사 라이브가 ‘한국 대중음악을 빛낸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위해 세종문화회관에 1996년도 대관을 신청했다. 신중현, 양희은, 한영애, 이광조, 김건모, 신승훈 등 국내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가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공연이었다.

라이브는 1994년 4월 서울 대학로에 대중음악 공연전문 소극장인 라이브극장을 이끈 이종현 대표의 공연기획사. 이 대표는 소극장 라이브에서 1995년 10월까지 모두 50여명의 가수를 세워 500회 공연을 이어갔다.

이종현 대표의 세종문화회관 대관 신청은 대중음악계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1978년 세종문화회관이 문을 연 이후 대중가수로는 패티김과 이미자, 조용필만이 이 무대에 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패티김이 1989년 9월 첫 대중가수 단독무대를 열기까지 대중음악계에 세종문화회관의 문턱은 높기만 했다. 그 다음달 이미자도 공연을 열었다. 하지만 두 가수의 공연은 세종문화회관 운영자문위원들의 큰 반발을 샀다. 급기야 2명의 위원이 사퇴했다. “상업적인 대중음악 공연은 순수예술무대의 품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세종문화회관은 “순수예술의 발전 육성을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을 유지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라이브가 낸 대관 신청에 시선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이종현 대표는 “세종문화회관이 가장 상징적이다. 처음부터 시민을 위한 공연장으로 세워진 것이므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1995년 11월29일자 한겨레) 그는 이미 여행스케치 등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공연을 기획하면서 숱한 공연장으로부터 대중음악이라는 이유로 냉대를 받은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가 라이브극장의 문을 연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중음악을 빛낸 사람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했을까. 그해 12월15일 세종문화회관측은 대관을 불허했다. 이미 팝스타로서는 신인이었던 바네사 윌리엄스의 공연 등이 허가를 받은 뒤였다. 그리고 당시 정기국회에서는 1996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 대중음악 전문공연장 건립안이 포함돼 심의에 올랐으나 삭제되고 말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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